*전국법원장 회의서 對국민 사과문 발표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구속을 불러온 법조비리 사태와 관련해 법원 수뇌부가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16일은 사법부의 ‘사죄의 날’이었다.
먼저 이용훈 대법원장이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안타까운 현실을 통감한다”고 심정을 토로한 뒤 “전국의 모든 법관들과 더불어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국민들이 받았을 실망감과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면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제도를 만들어서라도 법관의 품위와 절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도 높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어 장윤기 법원행정처장은 오후 4시20분께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다른 사람의 부정을 단죄하고 사회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법관이 비리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끄럽고 충격적인 일”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이날 긴급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한 26명의 법원장들도 회의를 마친 후 “이번 사건은 사법부가 사건 당사자를 심판하는 기관임과 동시에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는 위치에 있음을 새삼 보여줬다”며 “법관 한 사람 한 사람이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6시간 넘게 진행된 전국법원장회의에서는 여러 법조비리 근절방안이 마련됐다. ▦사건을 맡은 법관과 친분 있는 변호사가 선임될 경우 사건을 다른 재판부에 재배당하고 ▦법관의 징계시효(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실제 징계를 청구할 수 있는 기간)를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며 ▦법관 징계ㆍ감찰에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방안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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