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LG카드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은행과 비은행 부문에서 성장의 양 날개를 장착하게 됐다. 단숨에 카드업계 1위로 올라서는 것은 물론, 금융그룹 선두인 국민은행을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 금융계 인수합병 최대어로 꼽혀온 외환은행과 LG카드의 새 주인이 가려지게 됨에 따라 기존 빅4의 은행권 판도도 빅3 체제로 재편되게 됐다.
양 날개의 성장 엔진 확보
신한금융지주의 기존 자산(207조원) 규모에 비해 LG카드(11조원)의 자산은 외형적으로 보면 큰 요소는 아니지만, 유 무형의 플러스 알파는 상당하다.
자산규모 면에서는 5% 정도인 LG카드가 올 상반기 거둔 순이익은 6,406억원으로 그룹 전체수익(1조721억원)의 절반을 넘는다. 그만큼 수익 창출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세계 1위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의 경우 지난해말 기준 신용카드사업부문의 순이익이 그룹 전체 수익의 40%를 차지했다.
특히 비은행부문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돼온 신한으로서는 균형 잡힌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올 상반기 비은행 자회사의 당기순이익 기여도가 22.5%로 은행부문에 비해 열악한 수준이었다.
카드 사업 부문 역시 신한카드가 올해 조흥카드와의 합병을 통해서야 시장점유율(1분기 카드 이용금액 기준)이 8% 정도로 업계 4위권에 올라선 상태다. 하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시장점유율이 20%를 넘어서면서 단숨에 카드업계 1위로 급부상하게 됐다.
이와 함께 금융부문간 네트워크가 강조되는 복합금융 시대에서 1,000만 회원을 보유한 LG카드의 고객 정보도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알짜 자산이다. 카드사 회원 정보는 고객의 신용도와 소비패턴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금융부문 고객 정보 중에서도 가장 알짜로 평가되고 있다.
은행권 판도 변화
그러나 이 같은 효과에도 신한이 주당 6만8,000원대에 LG카드 지분 85%를 7조2,000억원대나 주고 사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누리투자증권 조병문 상무는 LG카드의 기업가치를 6조2,541억원으로 추정하면서 “36%나 비싸게 인수하는 것”이라면서 “신한이 인수금액을 회수하는데 14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증권도 최근 신한의 LG카드 인수 손익분기점을 주당 6만 1,000원으로 제시했다.
신한이 당초 예상가를 훨씬 웃도는 가격으로 무리수를 둔 데는 은행간 사활을 건 ‘규모의 경쟁’에서 뒤쳐져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이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자산규모 286조원의 공룡은행으로 독주하게 된 상황에서 LG카드가 다른 은행으로 넘어갈 경우 신한, 우리, 하나간 중위권 다툼으로 더욱 가열돼 2위권 확보도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신한은 이번 인수전을 통해 2위권을 확실히 다진 반면, 하나는 자산규모가 122조원대로 3위권인 우리금융(187조원)과도 상당히 벌어져 빅4구도에서 밀려나게 됐다.
외환위기 이후 계속된 금융권 빅뱅의 마지막 변수는 2008년 민영화를 앞둔 우리금융의 주인 찾기로, 이를 통해 금융권 구조조정은 마무리 된다. 당분간은 국민ㆍ신한ㆍ우리 등 3강, 하나ㆍ농협 등 2중, 한국씨티은행ㆍSC제일은행 등 2약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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