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인 15일 밤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세계적인 메탈 그룹 메탈리카(Metalica)의 내한 공연. 한여름 땡볕의 열기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른 2만여 관객들에게 이 날은 그야말로 ‘해방의 날’이었다.
1986년 3집 앨범 ‘Master of Puppets’의 세계적인 히트를 시작으로 20년간 총 앨범 판매량 9,000만장을 기록한 밴드답게, 메탈리카는 2시간30여분 동안 연주와 매너 모두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며 1998년 첫 내한 공연 이후 8년을 기다려온 팬들의 갈증을 풀어줬다.
메탈리카는 한국 팬들이 특히 좋아하는 3집과 5집 ‘Metallica’의 수록곡을 중심으로 공연을 응집력 있게 이끌었고, ‘Master of Puppets’ ‘One’ 등 상당수가 6분 이상인 연주곡에서도 예전 그대로의 힘과 정확성을 보여줬다. 또 대형 스크린을 통한 영상은 곡의 흐름과 완벽하게 어울려 무대에서 한참 떨어진 스탠딩석 뒷자리의 관객들까지 열광시켰다.
그러나 이날 공연을 최고의 공연으로 만든 것은 팬들이었다. 1998년 첫 내한 공연에서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곡을 따라 부르는 엄청난 열정으로 메탈리카 멤버들로부터 “세계 최고의 팬”이라는 극찬을 받았던 한국 팬들은 이번 공연에서도 마치 메탈리카와 미리 짠 듯한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다. 특히 ‘For Whom the Bell Tolls’ ‘Orion’ ‘Master of Puppets’로 이어지는 하이라이트에서 곡이 격해지면 슬램(관객들이 몸을 부딪치는 행위)으로, 보컬 제임스 헷필드의 노래에는 코러스로, 기타리스트 커크 해밋의 솔로 연주에는 멜로디를 붙여 따라부르는 것으로 호응한 팬들의 열정은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무너뜨렸다.
메탈리카는 앙코르 무대에서 새 앨범에 실릴 미공개 신곡 등 2곡과 “새 앨범 발표 뒤 한국에 꼭 다시 오겠다”(드러머 라스 울리히)는 약속으로 화답했다. ‘대~한민국’을 ‘메~탈리카’로 바꾼 구호가 울려퍼진 공연장은 메탈리카와 팬들이 만든 하나의 나라 같았다.
1998년 공연 때와 달리, 관객 중에는 중년에 접어든 팬들이 많이 보였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나이를 먹은 메탈리카는 지금도 그들을 미치게 하는 것 같다. 다음날 출근이 걱정될 만큼.
객원 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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