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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권 이양' 美 전문가 3인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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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권 이양' 美 전문가 3인의 시각

입력
2006.08.1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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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14일 진보, 보수 등 기본 성향과는 관계없이 대체로 현재 거세지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의 시기와 방식 등을 둘러싼 논란이 한미동맹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작전권 이양이 한국에서 정치적 구호로 변질된 상황에서는 한미 양국이 상대방의 감정선을 자극, 차분히 작전권 이양 이후를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도성향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데릭 미첼 선임연구원, 지한파로 통하는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사무총장, 대북 화해정책을 지지하는 온건파로 현재 일본 아키타(秋田) 국제대학 교수인 케네스 퀴노네스 전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은 또 이구동성으로 이미 시작된 주한미군 감축이 지상군의 완전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국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한미동맹 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정적이거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동맹을 포기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는 한 동맹 사이에서는 ‘조용한 외교’가 더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 데릭 미첼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 연구원/ 전략적 목표·비전을 공유하는게 중요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이 원칙적으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그 성패는 기계적 합의가 아닌 전략적 목표와 비전을 한미가 공유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인위적 시한설정이나 감정적 접근, 국내정치적 이유, 좌절감 같은 것이 결정적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 미국이 2009년 조기 이양을 제기한 것은 낭패감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노무현 정부가 이 문제를 압박하는 방식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 환수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점령에 대한 저항’처럼 들려 미국에 모욕감을 준다. 여기에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이미 동맹국에 더 많은 책임을 넘기려는 정책을 펴왔다.

긴장조성의 주 원인으로 북한보다 미국에 초점을 맞추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동맹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킨다. 북한의 도발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미국이 문제라고 말하는 것은 미국을 국내 정치적 필요에 따른 대상으로 여기는 발언 패턴이다.

주한미군은 한국민이 나가라고 하면 나갈 것이다. 완전철수도 가능하다. 한반도 주둔 미군이 세계적 역할 수행을 위해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는다면 그것도 철수 압력이 될 수 있다.

한미 동맹에 이상이 생긴 것은 결정적 문제에 대해 공통의 전략적 비전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 문제가 대표적이며 일본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중국의 부상에 대한 전망 등에서도 한미 양국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노 대통령 정부의 ‘고삐풀린 발언’은 미국에 대한 부정적 태도와 시각을 조장해 결국 동맹간 불신을 초래한다.

9월 한미 정상회담이 그렇게 따뜻할 것 같지 않지만 노 대통령이 미국을 체감할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은 어쨌든 좋은 일이다.

■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 한국내 美 지상군 완전 철수도 가능

전시작전통제권을 둘러싼 논란은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전시작전권의 2009년 조기이양을 제기한 데에는 한국 내에서 논쟁을 일으키려는 전술적 목적도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관심을 갖고 문제를 좀 정확히 봐 달라는 주문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한미 동맹관계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때문에 한국이 원한다고 하니까 그럼 ‘빨리 하자’라고 감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두 가지 분석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내 정치적 이유로 작전권 이양을 추진하는 측면이 있지만 군부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2012년에도 한국의 준비가 완료될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전술지휘통제(C4I), 공군력 등에서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이양하려고 하는 것은 한미 동맹과 관련해 평범한 상황이 아니다. 정말 걱정스럽다.

주한 미 지상군의 완전 철수도 가능하며 지금 그 방향으로 명백하게 가고 있다. 노무현 정부 내 386세대들은 광주사태와 관련해 미국을 본다. 반대로 미국은 미 본토에서 전투기가 발진해 폭격을 가한 코소보 전쟁 이후 한국의 필요성을 덜 느끼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일 관계가 접근할수록 한미 관계 중요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한국은 북한 문제를 넘어서 장기적으로 미국과 동맹관계를 포기할 것이냐, 유지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국제적인 시각없이 국내정치에만 매달리는 노 대통령의 발언도 문제다. 노 대통령은 국내 청중만 생각하는 것 같고 그 점에선 이종석 통일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정권초기 이 장관과 윤영관 전 외교부장관이 싸웠을 때 이 장관이 이긴 것이 동맹관계의 전환점이 됐다.

■ 케네스 퀴노네스 전 북한담당관/ 盧대통령 발언 대신 외교채널 활용해야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은 2012년으로 넘기는 것이 좋다. 한미 양국의 군사적 협력 뿐 아니라 한미일 삼각 군사적 협력도 상정해야 한다. 전쟁이 났을 때 한일 양국이 직접 협력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중간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삼각 협력 체제 모색에 따른 새로운 절차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도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미 동맹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 우선 한국은 경제적으로 훨씬 강력해져서 미국에 그렇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두 번째로 남북 관계가 변화했다. 한국은 북한에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 주도권을 가지기를 원하지만 미국은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긴장이 유발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 대통령은 당연히 한국을 대표한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시끄럽게 발언을 많이 하기 보다는 미국에 반대하는 것이 있을 때 외교 채널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노 대통령이 목소리만 키우면 미국인들은 그가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 이후에도 한국의 방어 능력은 충분해지지 않을 수 있다.동북아시아 지역의 전쟁 억지력에는 여러 측면이 있는데 핵 전력이 그 하나이고 또 하나는 재래식 전력이다. 동맹간 협력체제도 억지력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핵 전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의 능력이 충분치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전면 철수의 프로세스는 시작됐다고 생각하는데 미래의 미 행정부에서는 추가적인 미군 감축을 시도할 것이다. 추가 감군 과정은 계속될 것이나 천천히 진행될 것이다.

■ 이태식 주미대사 "작전권 환수논의 95% 진행"

이태식 주미 한국대사는 14일 한미간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논의에는 기본적으로 큰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이날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전시 작전권 환수 문제를 한미 동맹의 와해나 주한미군 철수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사는 이어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전시 작전권 이양을 필요하고, 바람직하며,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와 관련된 논의가 이미 90~95% 진행된 것으로 미국측은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사는 또 “전시 작전권 이양은 주한미군의 평택기지 이전과 한국군의 최전방 배치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했다.

이 대사는 미국이 작전권의 구체적인 이양 시기로 2009년을 제시한 데 대해 “한미 동맹관계와 지휘체계를 조속히 안정시키기 위한 필요에서 비롯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한국측은 좀 더 완벽한 준비를 갖추기 위해 늦출 필요가 있다는 것일 뿐 기본적인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12년이 여전히 한국의 입장인지에 대해선 언급을 회피했다. 이 대사는 다만 작전권 이양 시기는 ‘차질없이 동맹의 작전 수행이 가능한 때’로 10월 한미연례 안보협의회(SCM)에서 구체적인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사는 미국이 한국군의 독자적 능력이 부족한 부분을 계속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에 작전권 변동에도 불구, 한미 양국의 전쟁 수행능력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사는 “주한미군 규모를 2만5,000명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미국의 확고한 공약”이라며 “미국이 유사시 해공군 위주의 지원을 한다는 것이 주한 미 지상군을 배제하는 개념은 아니다”고 말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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