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대 집회에 참석했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지자 국세청 건물로 자리를 옮긴 최찬(79) 할머니를 만났다. 대구에서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가는 독거 노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10여년 전부터 광복절이면 서울에 와서 여러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까지 힘들게 오는 까닭이 궁금해 ‘일제 치하에서 희생 당한 가족이 있느냐’고 조심스레 묻자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랑 구호도 외치고 하면 없던 기운이 생긴다”며 말을 돌렸다.
광복되던 1945년 열 여덟이라 한창 예뻤다는 그는 “너 나 할 것 없이 그저 일제 치하에서 벗어났다는 기쁨에 목 놓아 만세를 불렀다”며 “하지만 6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북으로 갈려 통일을 이루지 못한 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젊은 세대에 대한 걱정도 이어졌다. “우리야 고생을 해봤기에 광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안다”며 “젊은 사람들은 그저 하루 쉬는 ‘빨간 날’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진보와 보수 두 쪽으로 갈려 날선 대립을 하는 것에 대해 “몇 십년 전에는 광복절이라고 해도 태극기 다는 것 말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며 “어수선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오히려 다행 아니냐”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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