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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와 손잡나… 정계개편 '깜짝'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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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와 손잡나… 정계개편 '깜짝' 시나리오

입력
2006.08.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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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 차례의 대선에선 평소 상상하기 어려운 ‘정치 연합’ 구도에 의해 승부가 갈렸다. 1992년 대선에서는 ‘3당 합당’모험을 한 김영삼 후보가, 1997년 대선에서는 ‘DJP 연대’를 성사시킨 김대중 후보가 당선됐다. 2002년 대선에서는 월드컵 바람을 등에 업은 정몽준 후보와 ‘후보단일화 연대’를 했던 노무현 후보가 극적으로 승리했다.

그래서인지 대선을 1년 여 앞둔 요즘에도 정치권에서는 의외의 정계개편 시나리오들이 흘러나온다. 뜻밖의 시나리오는 범여권과 범야권을 넘나드는 연대 구도이다. 이 같은 합종연횡 그림들은 전혀 실현되지 않고 설(說) 수준으로만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의 불가측성과 대선 과정의 역동성 등을 감안하면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다. 그 가운데 흥미를 끌 수 있는 네 가지 시나리오가 대두되는 배경과 실현 가능성 등을 짚어본다.

#1 DJ + 박근혜 전 대표 중심의 한나라당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등의 제휴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여러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우선 남북 화해와 경제 성장 등 국가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민주화세력과 산업화세력이 힘을 모은다는 명분을 제시할 수 있다. 영남과 호남 지역 간의 화해, 유신시절 가해자와 피해자의 화해라는 의미도 있다.

양측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도라고 할 수 있다. DJ로서는 일생의 과업인 남북 화해와 동서 화해를 성사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햇볕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보수세력의 지원이 필요하다. 박 전 대표는 DJ의 지원을 받을 경우 ‘호남의 비토’분위기를 약화시킴으로써 집권을 위한 지지 기반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이 같은 구도 속에 정권 교체에 성공할 경우 국정 안정을 위한 기반은 더욱 공고해지게 된다. 참여정부의 대북송금 사건 수사 등에 섭섭해 하는 DJ세력은 노무현 세력의 대척점에 있는 한나라당과 공감대를 찾을 수 있다.

이 경우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돼온 ‘한민당’(한나라당+민주당)이 출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박 전 대표가 지난해 8월 김 전 대통령을 방문해 유신 시절 고초에 대한 사과를 한 점도 눈길을 끈다. 정치 컨설턴트인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DJ가 누구를 지원하느냐에 따라 정치권 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며 DJ와 박 전대표의 연대 가능성을 거론했다.

#2 친(親) 노무현 대통령 + 이명박 전 서울시장

노무현 대통령 직계 세력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실용주의를 내세워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은 이 전 시장으로서는 어느 정치 세력과 손을 잡더라도 별반 부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그만큼 이 전 시장은 이념을 떠나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친노 세력과의 연대를 생각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국가적 과제 해결을 명분으로 내세워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의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난 연말 박 전 대표는 단호히 거절했다. 따라서 노 대통령으로서는 청계천 복원의 성과를 낸 이 전 시장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유년기 어려운 가정 형편을 딛고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인생 역정도 비슷하다. 친노 세력들은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국가적 과제를 이 전 시장이 이어받아 마무리 짓게 한다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

물론 이 전 시장 측은 당장은 이 카드를 받을 이유가 없다.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매우 낮은데다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대선주자 중 1,2위를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이 한나라당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게 될 경우 반전을 꾀하기 위해 이런 연대 가능성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친노 세력과의 연계설은 이 전 시장을 흔들기 위한 음해성 루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3 우리당 김근태 의장 +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계개편이 이념과 노선, 정책을 중심으로 이뤄질 경우 여야를 통틀어 가장 궁합이 맞는 케이스는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이다. 두 사람은 여야의 대표적인 개혁파이다.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두 사람은 민주화 운동을 함께 했다는 인연까지 갖고 있다.

만일 두 사람이 손잡는다면 '중도개혁 세력 대통합'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장으로 상징되는 민주화ㆍ개혁 세력, 손 전 지사로 상징되는 개혁적 보수 세력의 결합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 경우 여야의 개혁파 의원들과 시민단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박원순 변호사 등도 '개혁'이란 공통 분모를 기반으로 함께 모일 수도 있다.

이런 구도가 성사된다면 양측 지지층의 단순 결합을 넘어 유력한 정치 세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저조한 대중적 지지율을 감안하면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더라도 실제 파괴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4 고건 전 총리 + 손학규 전 경기지사

고건 전 총리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현재 거론되는 여야 후보군 중 이념적으로 가장 중도에 가깝다. 합리적 중도 개혁과 중도 보수를 표방하기에 서로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서 있는 셈이다. 두 사람은 걸어온 길은 다르지만 경기고와 서울대 정치학과 동문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의 연대는 극단으로 흐르고 있는 진보와 보수간 대립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때문에 이념 대립에 식상한 대다수의 국민 입장에서는 두 사람의 연합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행정 경험이 풍부한 두 사람은 '책임 정치' '국정 안정' 등을 기치로 내세워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을 포괄하는 연대를 구상할 수도 있다.

고 전 총리 입장에서는 약점으로 지적되는 역동성 부족을 보완할 수 있고, 손 전 지사로서는 대중적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손 전 지사가 "나와 고 전 총리는 걸어온 길이 다르다"며 고 전 총리를 수 차례 비판한 계 걸림돌이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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