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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금융서 國富가 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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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금융서 國富가 샌다

입력
2006.08.1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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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의 총아로 떠오른 주식연계증권(ELS)에 올 상반기에만 10조 7,600여억원이란 거금이 몰렸다. 이 상품을 발행할 수 있는 곳은 국내 증권사 단 10곳뿐이라 진한 대박의 냄새가 나지만 정작 목돈을 차지한 곳은 외국계 운영사들이다.

국내 증권사들도 벌었다. 1,000억원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외국계는 족히 2,000~3,000억원은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기사 6면

증권사 한 관계자는 13일 "국내 증권사는 판매 대금의 0.5~1.5% 정도 수수료만 뗀 뒤 외국계 본사에 전적으로 운용을 맡겨 거간꾼 역할만 하고 있다"며 "운용시 통상 2~3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외국계 본점은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 국내사들은 왜 노른자위인 운용을 외국계에 '양보'한 것일까. 한마디로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첨단 금융 공학 기법이 동원되는 장외 파생금융시장에 턱없이 약하다. 복잡한 거래는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간단한 상품도 대부분 외국계 상품을 수입해 중계 수수료를 챙기는 하청업체 신세다.

이 바람에 첨단 금융시장에서 외국으로 돈이 줄줄 새고 있다. 특히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금융 관련 보호막마저 사라질 경우 황금어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신종 첨단 금융상품 시장을 통째로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국내 장외 파생상품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덩치가 커져 올 1분기말 현재 파생상품 잔액이 2,000조원(1조 9,8000억달러)에 육박한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땅꼬마 수준이어서 미국(101조4,770억달러) 2%, 일본(16조 5,490억달러)의 12%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계 은행ㆍ증권사의 파생시장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이들 국내지점이 파생상품관련 올 1분기 거둔 수익은 1,8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41억원)에 비해 80.5% 급증했다. 국내 금융회사의 올 1분기 수익(1,968억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외국계 본점이 국내시장에서 거뒀을 수익을 감안하면 국내 시장을 상당 폭 잠식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은행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ELS와 비슷한 방식인 주가연계예금(ELD)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또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원유나 철강 등의 상품 가격 변동 위험을 헤지하는 상품 파생의 경우 올해 5월부터 국내 은행들에게 허용됐지만 거래실적은 지금까지 6건에 불과하다.

한국금융연구원 구정한 연구원은 "복잡한 파생 거래는 아예 하지 못하고, 단순 거래도 일부 은행의 경우 미국계 투자은행 직원이 아예 상주해 수익을 나눠 갖는 상황"이라며 "거래 프로그램을 설계ㆍ운용하는 능력이 극히 부족해 대부분 중계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윤만호 트레이딩센터장은 "외국은행의 경우 장외 파생거래 잔액이 은행 총자산의 20~30배에 이를 정도로 활성화돼 있지만, 국내은행은 0.5배 정도에 머물고 있다"며 "신흥 첨단 시장에서 영원히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 장외 파생상품이란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거래되는 파생상품. 환율 금리 원자재 등의 가격 변동 리스크를 금융회사가 수수료를 받고 선물 옵션 스왑 등의 다양한 거래기법으로 떠 안는다.

주가지수와 채권선물이 전형적인 장내 상품이라면 금리스왑과 선물금리 주식연계증권(ELS) 등이 대표적인 장외 상품이다. 국내 장내 파생상품은 지난해 주가지수 옵션 거래규모가 전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활발한 반면 고부가가치산업인 장외 파생상품시장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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