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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입수 정보라도 알권리 위한 보도 정당/ "중대 공익보도땐 통신비밀법 처벌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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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입수 정보라도 알권리 위한 보도 정당/ "중대 공익보도땐 통신비밀법 처벌 무리"

입력
2006.08.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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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밀과 언론자유 사이의 조화점을 모색해 그 기준을 제시한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김득환)는 11일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불법 도청한 녹취록(X파일)을 보도한 사건에서 언론기관의 보도행위가 공익성을 띠고 있을 때 통신비밀보호법상 위법성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불법도청 자료라 해도 그 내용이 공적이라면 보도해도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X파일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언론계와 시민단체들은 언론의 자유 및 국민의 알 권리를 우선시 한 전향적인 판결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헌법상 중요한 기본권인 ‘통신비밀보호’와 ‘언론자유’ 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고 있어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할지가 주목돼 왔다. 지금까지는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이 위법성 조각사유(죄가 되지 않은 경우)를 별도 규정하지 않아 통신비밀을 다른 기본권과 달리 제한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익을 목적으로 다른 기본권과의 조화를 위해 통신비밀 제한 역시 불가피하다”는 새로운 입장을 밝히고 구체적인 기준과 한계가 무엇인지도 제시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재판부는 통신비밀 제한의 기준으로 보도 내용이 극히 중요한 공적 사항으로서 정당한 공중의 관심의 대상이어야 하고 언론기관이 정보수집 과정에서 불법에 깊이 관련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다만 정보취득 당시 불법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면 보도해선 안 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정보가 중대한 공익과 직결되고 이에 대한 공공 관심사 충족이 언론의 사회 책무라면 위법성이 사라진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언론은 이런 사안을 보도할 때 대상자의 권리 침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엄격한 조건도 첨부했다.

이런 기준에서 이 기자가 안기부 불법도청 자료를 입수해 보도한 것은 통신비밀 침해에 해당하지만 사안의 공익성을 감안할 때 보도가 불가피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도청 내용이 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공익적 사항과 직결된 데다 보도 목적이 정당하고 보도 과정에서 사실 확인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공적 관심사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정당한 보도행위가 불법성에 깊이 오염되지 않은 만큼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반면 안기부 불법 도청의 대상이 됐던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과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이 언론 보도로 인해 입게 되는 어느 정도의 인격권 침해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도청기록에 대해 “대화의 당사자나 대상이 국가질서와 국민의 정치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인물들이고, 대화 당사자들이 불법 정치자금이나 대선자금 떡값 등의 제공을 논의하고 일부 실행했다고 충분히 의심할 만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불법도청 기록이긴 하지만 그 내용이 공적인 관심사에 대한 공인의 대화였다는 설명이다.

이 기자는 1997년 대선 직전 안기부가 불법 도청한 이 부회장과 홍 전 회장의 내화 내용을 입수해 지난해 7월 보도했다. 검찰은 이를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한 ‘불법으로 취득한 통신비밀 공개’로 보고 이 기자를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부는 X파일 전문을 게재한 혐의로 기소된 김연광 월간조선 편집장에 대해선 인격권 보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을 들어 유죄를 인정한 뒤 징역6월에 집행유예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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