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 사건 외에도 현재 인사철을 맞은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곳곳은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홍역을 겪고 있다. 특정 인물을 밀어붙이는 청와대식 ‘낙하산 인사’에서부터, 감독기관이 산하기관 기관장 자리를 놓고 벌이는 기간관 힘겨루기식 ‘낙하산 인사’까지 관가 곳곳이 낙하산 ‘괴담’으로 흉흉하다.
지난 6월 23일 신임 화재보험협회 이사장으로 선임된 제정무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화보협회 노조의 출근 저지로 한달이 넘도록 협회건물 근처 여의도호텔에서 업무를 봐야 했다.화보협회의 출근 저지는 지난달 노조간부가 경찰에 연행된 뒤, ‘낙하산 이사장’을 수용하는 대신 인원 감축시 노사가 합의한다는 등의 선에서 타협을 보며 일단락됐다.
증권선물거래소도 노조의 반발로 원래 상임감사 후보 추천이 유력했던 인사가 후보에서 제외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증권거래소 노조는 10일 386출신의 회계사로 ‘청와대 낙하산’이라는 논란을 빚었던 김영환(42) 회계사의 상임감사 후보 추천을 막기 위해 부분파업까지 벌였다. 결국 8시간만에 감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김 회계사를 추천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아직도 증권거래소의 상임감사 후보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음달 3일로 다가온 수출입은행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수출입은행에서도 낙하산 인사를 둘러싼 노사갈등이 감지되고 있다. 차기 수출입은행장으로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유력시되고 있는 가운데 14일 수출입은행 노조가 낙하산 행장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특정 인물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낙하산 인사 자체가 안 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은 것은 낙하산 인사가 꼭 이전보다 많아져서라기 보다는, 각 기관 노조 등이 제목소리를 내고 권리 찾기에 적극 나서게 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상당수 낙하산 인사의 행태가 고약하고,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현정부에 대한 실망감까지 누적되면서 낙하산 인사를 참아줄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내부에서 열심히 일하면 기관장에 오를 수 있다는 의욕을 낙하산 인사는 송두리째 앉아간다”며 부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도 질을 따져서 선별할 필요한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부 관계자는 “비전문가를 개인 인연으로 강제로 앉히는 것은 분명 문제지만, 부처나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 다른 시각을 가진 전문가를 임명하는 것을‘낙하산 인사’라며 저지하는 것도 기관이기주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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