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청소년들 중에서 우리 청소년들의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가장 낮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쟁이 나면 앞장 서 싸우겠다'는 청소년이 일본은 40%가 넘는 반면 우리는 열에 한 명밖에 되지 않고, '외국으로 나가겠다'는 비율은 일본과 중국 청소년의 5배나 된다는 등의 내용이다.
얼마 전 세계 34개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 시카고대의 조사에서도 한국인의 국가자부심은 최하위권인 31위에 머물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사한 조사에서 지나칠 정도의 애국심이 표출되던 상황이 급반전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기성세대와 달리, 정체성이 형성돼가는 과정인 청소년은 낭만적인 국가주의나 대의명분에 솔깃하기 쉬운 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과는 더 놀랍다. 국무총리실 산하기관이 장기간 조사한 결과인 만큼 어떤 의도에 맞춰진 것으로 볼 수도 없다. 결과는 한 마디로 우리 청소년 대부분이 지켜내야 할 우리의 역사적·공동체적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래도 원인은 최근 몇 년 간 우리사회를 휩쓸고 있는, 좌파적 민족주의사관에 바탕한 자학적 역사인식의 확산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과거 독재정권의 맹목적 애국주의교육이 파생시킨 반작용으로 볼 수도 있지만 현 정부 들어 대대적으로 이뤄진 과거사 뒤집기 광풍은 그 반작용으로 보기에도 도를 넘어, 대한민국의 정통성부터 현대사적 성취까지 송두리째 부정하는 인상을 주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세계사적 잣대를 들이댄다 해도 그 짧은 기간에 맨 몸으로 세계 10위권에 오르는 경제적 성취를 이루고 민주화까지 달성한 우리 역사는 이렇게 폄하되고 무의미하게 치부돼야 할 것이 결코 아니다.
타당하지도, 객관적이지도 않은 자학적 역사 뒤집기 놀음은 접을 때가 됐다. 균형 잡힌 역사인식의 재정립과 사회교육을 통해 추락한 국민적 자긍심 회복에 나서는 일이 시급하다. 자라나는 세대가 제 나라에 대해 이처럼 냉소하는 상황에서 무슨 국가 장래를 논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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