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씨개명은 하고 싶은 사람만 한 것이지 강제적인 것이 아니었다.” “강제 동원한 ‘종군위안부’란 존재하지 않는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죽은 자의 영혼을 모시는 행사로 침략전쟁과 관계없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일본 극우단체의 것이라고만 생각하면 잘못이다. 타쿠쇼쿠(拓植)대학 교수인 한국 출신 오선화(사진)의 발언이다. 일본 언론은 그의 주장을 ‘한국 지식인의 양심적인 고백’으로 둔갑시키고, 극우단체는 자신들 주장의 논리적 근거로 삼는다.
MBC가 일본에서 친일적 강연과 서적 출판 등으로 이름을 얻고 있는 신 친일파의 현주소를 집중 취재해 15일 밤 11시 5분 ‘신(新) 친일파의 정체를 밝힌다’를 8ㆍ15 특집 PD 수첩으로 방송한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후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 등이 생겨나면서 소위 ‘자학사관(自虐史觀)’을 비판하고 ‘자유주의 사관’을 주창하는 우익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그들은 오선화가 집필한 ‘한국병합의 길(韓國倂合の道)’과 ‘생활자의 일본통치시대(生活者の日本統治時代)’란 책을 역사왜곡의 논거로 활용했다.
제작진은 오선화가 98년 일본으로 귀화한 사실을 숨긴 채 ‘한국인’의 이름으로 ‘한국’을 비난하는 글을 쓰는 점을 지적하고 그의 과거와 현재의 행적을 뒤쫓는다. 오선화는 대구대학교를 졸업했다고 했지만 제작진의 확인 결과 ‘오선화’ 혹은 그의 본명인 ‘오승일’은 졸업생 명단 뿐 아니라 입학, 편입생 명단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제작진은 또 일본 사회에 오선화의 존재를 알린 ‘치맛바람(スカートの風)’이란 책이 “여러 명의 대필자에 의해 완성됐다”는 전 동거남의 증언도 소개한다. 아울러 책을 낸 출판사 사장 다카하시 테루오(高橋輝雄)씨가 “내가 오선화를 거의 일 년 동안 가르치다시피 하면서 책을 만들었다”고 시인한 장면도 내보낸다.
최근 네티즌 사이에서 명예훼손 소송으로 유명해진 ‘친일파를 위한 변명’의 작가 김완섭의 행적도 오선화의 그것과 유사하다. 제작진은 ‘제21회 새역모 심포지엄’ 강연 동영상을 입수해 그가 “식민지 시대 조선인들은 아무도 독립에 대한 의지가 없었으며 일본군이 되기 위해 혈서까지 써야 했다”고 주장하는 모습을 공개한다. 현재 일본 대형서점에서 한국을 근거 없이 비난하거나 일본의 전쟁책임을 부정하는 책이 범람하고 있는 현실도 보여준다.
제작진은 오선화, 김완섭 등이 일본 우익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것은, 개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아직 청산되지 못한 한일 역사의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결론내린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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