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간의 2차 ‘호남 쟁투’가 시작됐다.
5ㆍ31 지방선거가 1차 대결이었다면 앞으로는 정계개편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세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11일 광주에서 이례적으로 당정협의를 개시하는 등 호남권을 ‘텃밭’으로 다기지 위한 공략을 본격화하자 우리당 광주 지역 출신 의원들이 즉각 반발 성명을 냈다. 양당 간의 신경전이 거세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한화갑, 장상 공동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오전 광주 시청으로 총출동, 지역 개발 현안 챙기기에 나섰다. 당정협의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같은 당 소속인 박광태 광주시장을 만나 아시아문화 중심도시 조성사업, 광주_완도간 고속국도 노선 연장, 광주 도시외곽순환도로 건설 등에 대해 논의했다. 당정협의에는 조순형ㆍ김동신 상임고문, 김효석 원내대표, 최인기 정책위의장, 배기운 사무총장, 이낙연 의원 등까지 참석했다. 광주ㆍ전남 지방자치단체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은 이 지역에서의 정치적 우위를 지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
한화갑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민주당이 앞장 서니 다른 당들도 앞 다퉈 광주로 몰려들고 있다”며 “오늘은 우리가 우리집에서 우리 일을 우리끼리 협의하는 자리다”며 광주가 텃밭임을 부각시키려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18일 전남도청을 찾은 뒤 전북도청과도 정책협의회를 가질 방침이다.
반면 우리당 광주 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날 “광주시의 자세 변화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전격 발표했다. 양형일 염동연 정동채 지병문 강기정 김태홍 김동철 의원 등 7명은 “예산 확보를 위한 가장 실질적 방법은 정부와 여당간에 이뤄지는 당정협의를 통해 반영하는 것”이라며 “광주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지역 국회의원에게 예산안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광주시장은 예산 배정 결정력이 약한 한나라당과 민주당만을 만나는 등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당은 중앙당 차원의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우리당이 광주지역 의원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10일 국회에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법 제정에 관한 당정협의를 가진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미 한나라당은 발 빠르게 10일 광주에 내려가 ‘호남 홀대 사과’를 하는 등 바야흐로 주요 정당간의 호남 지역 구애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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