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유엔군사령관에게 넘겨줬던 작전통제권 가운데 평시 작전통제권은 94년 돌려 받았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제2의 창군에 해당하는 일”이라고 기뻐하며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당시 국방장관을 지낸 이병태씨는 전시 작전권 환수에 반대하며 11일 서울역 시위에 참석했다. 청와대측은 “역대 장관들이 재임 시절에는 작전권 환수를 추진하다 지금와서 반대하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며 이들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청와대측에 따르면 작전통제권 환수 논의가 시작된 것은 90년대 초반. 송민순 외교안보실장은 “90년 합동참모본부, 91에는 국방부에서 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냈고 91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는 ‘평시 작전권은 93년에서 95년 사이에 이관하고 전시 작전권은 96년 이후에 판단한다’는 잠정합의까지 했다”고 소개했다. 이미 20여년 전부터 준비왔으며 당시 장관들도 큰 방향에서 찬성했다는 것이 청와대측의 주장이다.
전시 작전권의 환수에 반대하며 10일 성명서를 발표한 역대 국방장관 17명 가운데 작전권 환수 논의가 시작된 90년대 후반에 재직했던 전 장관은 모두 9명. 이 가운데 이상훈 전 장관은 89년 국회 본회의에서 “작전권 문제 논란은 자기나라 군대에 대해서 지휘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개탄에서 비롯됐다”는 발언을 하며 당시 전ㆍ평시 구분없이 진행되던 작전권 환수 논란에 힘을 실어줬다. 평시 작전권이 환수된 직후인 95년 이양호 전 장관도 “집단안보체제도 독자적 군사력이 뒷받침될 때만 가능하다는 역사적 교훈을 거울삼아 미국주도의 연합방위체제에서 한국주도체제로 단계적 전환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전시 작전권 환수를 추진 중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재임 때는 작전권 환수를 추진하다 지금와서 환수에 반대한다는 지적에 대해 전직 장관들은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한 전직 장관은 “평시 작전권과 달리 전시 작전권 환수는 주한미군 철수와 전시 증원군의 감축 등 한미동맹의 핵심적인 축이 허물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평시 작전권 환수 당시 실무자였다는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당시에도 군 원로를 중심으로 작전권이 환수되면 한미동맹에 이상이 생긴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작전권 환수에 반대하는 역대 장관 가운데는 쿠데타와 비리에 연루돼 원로의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세창 전 장관은 12ㆍ12쿠데타에 가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종구 이상훈 전 장관은 율곡비리에 연루돼 실형이 선고됐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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