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소속 동교동계 인사 30여명이 12일 한자리에 모였다.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도쿄 피랍 생환 33주년 기념(13일) 행사에서다. 동교동계 인사들이 대규모로 모인 것은 2003년 분당 이후 3년여만이다. 특히 최근 양당의 통합 문제 등 정계개편 논의가 활발한 시점에 이뤄진 모임이어서 관심이 각별했다.
모임엔 우리당 배기선 이석현 염동연 정동채 전병헌 의원과 민주당 한화갑 대표, 배기운 사무총장, 김옥두 정균환 전 의원 등 비중 있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정계개편 논의 가능성에 대해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여당 내 대표적 통합론자인 염동연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개혁정권이 10년만에 문을 내리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며 “개혁정권의 지속적 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한화갑 대표도 “(이날 모임이) 공감대가 이뤄지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것이고, 지혜롭게 논의하면 생산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옛 동교동 비서진들 사이에서는 공감하는 바가 있을 것”(배기선 의원), “동교동계는 같은 방향에서 같은 길을 걸어왔기에 의미가 있다”(전병헌 의원)는 얘기도 나왔다.
김 전 대통령은 “공자님은 ‘친한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말했는데 나는 행복을 느낀다”며 참석자들을 ‘동지’라고 표현하는 등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내 자신이 정치 개입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치불개입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염동연 의원은 이날 노무현 대통령 내외와 지난 6일 만찬을 한 사실을 밝히고, “노 대통령에게 ‘지금 언론과 긴장관계가 계속되는데 청와대 비서진들이 말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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