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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홍보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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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홍보의 시대

입력
2006.08.1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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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선지자들은 무지렁이들을 계몽하기 위해 힘썼다. 한때 지도자들은 민중을 계도하기 위해 정책을 펼친다고 말했다. 오늘날 권력가들은 더 이상 교화와 훈시와 말을 전하지 못한다. 그 대신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자신의 말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린다.

대중들은 권력자의 유시를 떠받들지 않으며 누군가의 말을 강요당하지 않는다. 오랜 투쟁으로 얻어낸 민주화의 결과이다. 좋은 시절이 온 것일까? 분명 대중은 여론을 쥐고 있다. 그 힘은 막강하다. 정말 권력이 대중으로 옮겨간 것일까?

● 여론에 고개 숙이는 정치인들

한때 계몽과 교화의 슬로건들은 설득과 회유의 홍보와 광고로 바뀌었다. 달라진 것은? 계몽의 대상이 던 대중들이 홍보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 어딜 가나 여론이 난무하고 그곳에는 광고와 홍보의 장이 펼쳐진다.

대중이 모든 걸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계몽이든 홍보든 여전히 그 주체는 대중들이 아니다. 여론의 질타를 받는 정책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정책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정치가들은 말한다. 일이 잘못되면 잘못된 여론을 탓할 뿐이다.

여론이 모든 걸 좌우하는 시대, 여론에 귀 기울여 하는 사람들의 행동도 달라졌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기 바로 전 수해골프라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여론이 좋을 리 없었다. 수해에 지친 사람들은 그런 ‘파렴치한 행위’에 짜증을 냈다. 정치인들은 사죄를 하고 두어 차례 정치적 공방이 오가는 도중에도 그런 일은 또 일어났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런 행동양식에 대한 오해 하나. 정치인들은 머리가 나쁘다? 그렇게 비난을 받고도 또 그런 일을 벌이는 정치인들은 정말 바보들인가? 아니다. 삼일절에 골프를 쳤건, 수해지역에서 골프를 쳤건, 골프여행을 했건 처음부터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들은 늘 해왔던 대로 정치적으로 ‘일상적인’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건 마치 수해지역의 노래방이 문을 닫지 않는 것과 같으며, 기상특보를 내보내는 옆 채널에서 개그맨들이 천방지축 놀고 있는 것과도 다르지 않다. 그 시간에 정치인들은 골프를 쳤을 뿐이다.

그게 원래 그들의 일이기 때문이다. 도덕적 잣대는 단지 여론이었을 뿐이다. 처음부터 그런 건 있지도 않았다. 잊지도 않은 가치를 들이대며 윽박질러 봐야 여론의 향배를 보며 수위를 조절하는 수완이 있을 뿐이다. 여론이 화를 내면 ‘아무 잘못도 없는’ 정치인은 머리를 조아린다.

그들은 자신의 행위가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여론의 향배가 그러하기 때문에 고개를 숙인다. 그러니 오해 둘,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사람들 앞에서 여론의 승리를 말하는 것은 너무 순진하다.

●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까

여론을 쥐었다고 좋을 건 없다. 어쩌면 권력가들에게는 훨씬 더 좋은 시절일 수도 있다. 들고나는 여론에 따라 몇 번이라도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폭염 속에서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다음 수해 때를 보라. 반드시 골프 치는 정치인이 나타날 것이니. 그때는 그들의 어리석음을 탓하지 마라.

김진송 목수ㆍ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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