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병 가족 "내성적 성격… 100일휴가 늦어져"
선임병 1명을 사살하고 무장 탈영한 이모(20) 이병은 12시간여 만에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이 이병은 내성적인 성격으로 알려졌을 뿐 왜 동료들에게 총부리를 돌렸는지 아직 뚜렷한 범행 동기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 발생에서 종료까지
이 이병은 박모(21) 상병과 함께 10일 자정부터 오전 1시까지 부대 내 탄약고 경계 근무를 섰다. 근무교대 조장인 김모(22) 병장이 인솔한 병력과 근무를 교대한 뒤 김 병장과 함께 대대 지휘통신실 앞 총기안전검사대에 도착할 때까지 이 이병에게 별다른 이상 조짐은 없었다.
총기 안전 검사를 하고 실탄을 반납하려는 순간 이 이병은 갑자기 박 상병과 김 병장에게 차례로 K_2소총을 돌리고 한 발씩 방아쇠를 당겼다. 박 상병은 왼쪽 어깨 부분을 맞은 채 그 자리에 쓰러졌고 김 병장도 왼쪽 팔 관통상을 입고 주저앉았다. 이 이병은 K-2소총과 실탄 13발로 무장한 채 담을 넘어 부대 뒤편 야산으로 도주했다.
군은 사건 직후 5분대기조를 출동 시키고 오전 2시30분께 가평군 일대에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진돗개 하나'는 적 침투가 예상되거나 침투했을 때 또는 장병이 무장 탈영했을 때 발령하는 군 경계태세 중 최고 단계. 이 이병의 부모도 오전 5시께 아들의 탈영소식을 듣고 도착, 군 방송 차량을 타고 다니며 확성기를 통해 눈물로 자수를 설득했다.
수색작업이 한창이던 낮 12시20분께 2발의 총성이 들렸고, 이 이병은 20여분 뒤 부대에서 600여㎙ 떨어진 야산에서 머리에 심한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 가족들 표정
오전 4시45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 국군수도병원에서 과다 출혈로 숨진 박 상병의 부모는 믿을 수 없는 아들의 죽음에 목놓아 오열했다. 박 상병의 작은 아버지는 "평소에 무척 착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싹싹하게 잘하던 아이였는데 이런 일을 당하다니 믿을 수 없다"고 눈물을 쏟았다. 다른 유가족은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총기사건을 근절하기 위해 나라에서 뭔가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병장은 서울 건국대병원에서 6시간이 넘는 수술을 받은 뒤 이날 오후6시께 의식을 회복해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오전 3시께 "아들이 다쳐 후송 중"이라는 전화를 받고 전북 군산에서 달려온 아버지(60)는 "눈앞이 캄캄해지고 온몸이 마비돼 움직일 수 조차 없을 정도로 놀랐다"며 "왼팔을 크게 다쳤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니 천만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이 이병은 누구
서울 금천구 시흥동 이 이병의 집에서 만난 남동생(18ㆍ고3)은 형에 대해 "온순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말했다. 동생은 "형은 평소 총 쏘는 컴퓨터게임을 좋아해 가끔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새벽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크게 화를 내거나 불만이 많은 타입은 아니었다"라며 "형이 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울먹였다.
5월9일 입대한 이 이병은 그 동안 집에 3통 가량의 전화를 했고, 부대에 배치된 후 6월16일 집으로 보낸 편지에 "아직 처음이라 잘 모르겠고 긴장도 많이 되지만 선임병이 좋은 사람 같다"고 적혀 있었을 뿐 별다른 말은 없었다고 동생은 전했다. 동생은 다만 "형이 100일 휴가 나올 때가 됐는데 순서에서 밀렸다는 말을 아버지로부터 언뜻 들은 것 같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군 당국은 부대원을 상대로 범행동기를 밝히기 위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 이병은 지난해 H전문대를 중퇴한 뒤 휴대폰 부품 조립회사에서 15일간 아르바이트를 했으며 여자친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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