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동 오거리와 남구 형산로터리 주변도로. 전날 오후부터 이날 새벽 1시까지 민노총 산하 노조원 7,000여명의 대규모 가두시위가 벌어졌던 이 지역은 폐허를 방불케 했다.
주민들은 쇠파이프와 곡괭이가 난무하는 잦은 불법 시위로 집 밖을 나서기조차 두려워했다. 피서철 대목을 잔뜩 기대했던 식당들도 울상이다. 한 상인은 “과격 시위가 벌어지면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수십대의 차량과 건물 유리창이 부숴지는 등 도시 전체가 쑥대밭이 된다”고 한숨을 지었다..
철강도시 경북 포항이 도시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이 지역 건설노조와 민노총의 끊임없는 폭력시위로 도심은 무법 천지가 되다시피 했다.
●지역경기는 파탄 직전
음식점과 업소들이 들어차 있는 남구 형산로터리 일대. 100여곳의 상가는 시위가 있는 날이면 셔터를 내린다. 시위가 없어도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다. 일부 업소들은 아예 철시했고 사람들의 발길은 찾아보기 힘들다.
횟집 주인 김모(42)씨는 “장마로 7월 한달을 공쳤고 이 달 들어서는 가마솥더위에다 민노총의 폭력시위까지 이어지고 있어 손님들이 얼씬도 하지 않는다”고 한숨지었다. 택시기사 박모(59ㆍ포항시 오천읍)씨는 “사납금도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택시 노동자들은 12시간 이상 일해도 7만원 벌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위기감 고조
주민들은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회사원 박모(41)씨는 “쇠파이프를 든 노조원과 물대포를 쏘는 경찰이 충돌하면 도시 전체가 전쟁터처럼 살벌해 진다”며 “사람사는 도시가 이럴수 있느냐”며 반문했다. 주부 이모(38)씨는 “거리에서 폭력이 난무해 장보기는 물론 아이 학원 보내기도 겁난다”며 “치안은 사라진지 오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포스코측는 본사 4개, 제철소 6개 출입문에 높이 3.3㎙ 무게 8톤의 로로선 카세트(코일을 담는 컨테이너) 3∼5개를 설치하는 등 철통 방어벽을 구축했지만 과격 시위는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민노총이 12일과 19일 또 포항 집회를 계획중이다. 이래저래 ‘포항의 여름’은 ‘최악의 여름’으로 치닫고 있다.
포항=이정훈기자 jhlee01@hk.co.kr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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