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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차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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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차와 인생

입력
2006.08.1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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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7년 그림공부를 하고 온 친구가 있다. 그녀를 반가이 맞은 것은 좋은 일들만이 아니었다. 전세 줬던 아파트에 들어갈 돈도 마련해야 했고, 잔뜩 쌓인 자동차세와 주차위반이니 속도위반이니 교통범칙금 청구서도 처리해야 했다.

친구는 어리둥절했다. 팔아 달라고 형부에게 차를 맡긴 게 7년 전이고, 이미 차 판 돈까지 받았는데. 알아보니 차의 명의 이전이 안 돼 있었다. 불과 몇 주 전에 생긴 범칙금의 청구서까지 있더란다.

천신만고 끝에 한 교회 앞에 세워진 차를 발견했다. "빨간색 스포츠카였어." 7년 만에 만난 차를 멀찌감치 떨어져 감시했는데 한참 지나도록 아무도 오지 않더란다. 그래서 또 천신만고 끝에 차문을 열었다. 그리고 조수석에 놓인 사전의 속지에 적힌 전화번호를 실마리로 집요한 추적의 결실을 봤다.

변두리 극장 주인이었던 그 사람은 차를 애인에게 선물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내 친구가 찾아갔을 때 그는 극장을 잃고 애인도 잃고 건강도 잃은 후였다.

이제는 아들이 차를 몬다고, 곧 다 해결하겠다고 하더니 감감 무소식이라 다시 찾아갔을 때 그는 세상을 떴더란다. 결국 내 친구는 차를 끌고 와 자기 돈 들여 폐차시켰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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