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1월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와 잇단 회동을 갖고 일자리창출과 투자확대를 요구했다. 전경련은 당시‘일자리창출에 앞장서기 위해 특별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화답했다.
2년이 훌쩍 지난 지금, 당시 노 대통령과 재계의 밀월로 늘어난 일자리는 무엇인지, 요구에 따라 재계가 투자한 금액은 얼마인지 도통 알 길도 없다.
정치인들은 급하거나 궁할 때마다 재계를 찾아가는 모양이다. 노 대통령은 대선자금 수사로 고초를 겪은 직후였고,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방선거 참패의 늪에 헤어날 길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연일 ‘뉴딜(New Deal)’을 외치고 있다.
“국회에서 싸움이나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냥 ‘쇼’로 봐주기엔 뉴딜 행보로 인한 정책혼란이 심각하다. 김 의장이 재계에 선물하겠다고 약속한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에 대해서만도 당ㆍ정ㆍ청이 딴 소리를 하다 보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사실 경제를 거래(deal)로 풀겠다는 발상 자체부터 황당하다. 재계가 “출총제를 폐지하면 8개 그룹이 3년간 투자를 14조원 확대하겠다”고 응답한 것은 정치권의 ‘묻지마 요구’에 대한 ‘묻지마 답변’인 셈이다.
출총제 폐지, 경영권 보호조치, 경제인 사면은 여당과 재계만 합의하면 만사형통일 정도로 가벼운 일이 아니다. 국민적 공감대가 바탕을 이뤄야 한다.
더구나 투자확대, 일자리 창출이라는 조건은 ‘소비-투자-생산’의 선순환 구조를 회복해야 가능한 것이지, 기업들에게 계약서를 쓰게 해서 강제로 받아낼 수 있는 사안은 더더욱 아니다. 여당의 수장이 경제를 어린이 오락처럼 너무 쉽게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이진희 경제부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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