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문화관광부 차관이 8일 차관급 인사에서 경질된 배경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통 문화부 관료로 요직을 거치며 신망이 두터웠고 능력도 인정 받았던 그가 겨우 6개월 만에 물러나야 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인사가 청와대의 청탁을 계속 거부한 데 대한 보복인사로 보고 8월 임시국회에서 정치쟁점화 시킬 계획이다. 유 전 차관 본인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이임인사에서 '그 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고, 드리고 싶은 말은 많지만 참고 가려 한다. 참 재미 있는 세상'이라고 의미 있는 여운을 남기고 있다.
정치권에는 보복인사의 의혹으로 아리랑국제방송 부사장 자리를 둘러싼 갈등을 꼽고 있다. 그가 청와대 측에서 정치인 출신 인사를 추천하자 아리랑TV 업무와 아무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며 거절하는 바람에 미움을 샀다는 것이다. 지난달 한국영상자료원장 공모에서도 청와대 측이 미는 인사를 후보추천위원회 면접에서 탈락하게 해 또 한번 부딪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 측은 이번 인사가 정해진 원칙과 기준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유 전 차관은 6월부터 두 차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공직기강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그의 주변에서는 이 과정에 인사 거부 경위만 추궁 받은 것으로 믿고 있다.
한나라당의 계획대로 임시국회에서 이 문제가 쟁점화할 경우 구체적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개인비리가 드러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차관이 불과 반년으로 단명한 것 자체가 석연치 않고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의혹대로 낙하산 인사에 저항하는 소신 있는 고위 관료를 추락시킨 것이라면 개탄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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