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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쟁력은 공공재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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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쟁력은 공공재에서 나온다

입력
2006.08.1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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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이사 올 때만 해도 내가 장차 '버블 세븐'에서 2위가 될 동네 사람이 될 줄 몰랐다. 다니다 보니 당시로써도 해볼 만한 값에다가 바로 집 옆 탄천변에 산책로가 있어 무시로 이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내 중앙에 분당 면적의 반은 될 만한 공원이 두 군데나 있어 시간만 있으면 어느 때든 입장료나 이용료 부담 없이 갈 곳이 생겼다.

● 분당의 집값은 공공재 덕분

설마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다가 아주 뒤늦게 율동 공원에서는 장애인용 전동차도 빌려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뒤 공원 갈 때마다 세금 낸 것 하나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뜬금없이 웬 동네 자랑이냐고 탓하실 분이 계시겠지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의외로 부자 동네에 '공짜'가 많다는 것이다. 사실 공짜는 아니다. 그 모든 편의시설이나 공공시설 또는 쾌적한 환경에 대해 우리는 각종 세금을 통해 이미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리고 6공 시절 200만호 주택건설계획으로 급조된 분당은 처음부터 돈 많은 사람들이 자기 돈을 추렴해서 만든 곳이 아니다. 분당은 유리한 자연조건을 공적으로 활용하면서 거기에 끌린 돈 많은 사람들이 다수 유인되었다. 좀 냉소적으로 말해, 지금 국가적 문제로 골치를 썩이지만, 분당의 부동산 경쟁력은 사실상 분당이 안고 있는 이 막강한 공공재들의 덕이 크다.

이렇게 모두의 비용으로 만들어 공적으로 운영하는 재화는 우리에게 직접 '이윤'을 안기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런 것을 직접 '이용'함으로써 각자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더욱 고차적인 '이득'을 얻는다, 그런 것을 우리는 '공공재'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런 공공재의 기반이 굳건하고 그 접근가능성이 폭넓을수록 그것을 바탕으로 개인들의 사회적 경쟁력이 탁월해질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어떤 사회든 그 구성원의 삶에 가장 기초적이고 가장 직접적이며 가장 보편적이면서 시장에 맡기면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것들은 일단 공공재의 범주 안에서 공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안전하다. 에너지, 교통통신망, 국방, 교육, 좀 더 나아가 토지와 화폐관리 등이 바로 이런 공공재의 대표적인 경우다.

교육계를 앞에 놓고 '국제' 경쟁력을 기르라는 호령이 추상같다. 그러나 초중등과정 학생들은 '학벌' 경쟁에 더 높일 수 없을 정도로 경쟁력이 높아져 있고, 대학생들은 '취업' 경쟁만으로도 머리가 미어터진다.

그리고 이 모든 학벌 경쟁과 취업 경쟁은 이제 거의 국가 교육예산에 육박하는 사교육 투자로 거의 '민영화'되어 있다. 그런데도 우리 교육에 경쟁력이 없다고 하면 우리가 교육에서 추구해야 할 '경쟁력의 국제적 또는 보편적 지표'라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 교육 경쟁력도 투자가 선행돼야

경쟁을 시키면 경쟁력이 향상된다고 믿는 분들이 관계든 경제계든 사방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경쟁력은 경쟁능력의 향상부터 이루어져야 높아질 수 있으며, 경쟁능력을 대폭 높이려면 그것을 위해 공유할 수 있는 전망과 룰이 정립되고, 효과를 볼만큼 대폭적인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능력의 향상 없이 경쟁을 부추기면 결국 능력을 선점한 현재의 강자들이 일방적으로 승리를 독점하는 데 절대적으로 유리한 길만 깔아주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결과는 뻔하다. 더욱 나은 것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받는 자들의 생사를 건 '투쟁'이 먼저 터질 것이다.

아시아에서 경쟁력 하면 싱가포르인데, 그 싱가포르에서 부동산이나 교육비 때문에 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토지는 거의 공개념에 가깝고 교육은 공교육으로 충분히 감당 된다는 사실은 모두 입 다물고 있다. 집도 알아서 눈치껏 사고팔고, 교육도 사교육시켜 각자 해결하라고 하면, 언제 국제 경쟁력을 키우겠는가?

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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