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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영어 시험에만 매달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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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영어 시험에만 매달리지 말자

입력
2006.08.1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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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자격시험을 좋아한다. 혼자서 공부하는 스타일이라 이를 통해 사회가 인정하는 자격증을 받는다는 것이 내 적성에 맞다. 영어 능력을 펑가하는 방식 중에 토익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토익이 잘못 활용되고 있어 안타깝다.

● 언어와 비즈니스

언어와 경제를 생각해 보자.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블록은 유럽연합(EU)이다. 유럽연합에선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어 같은 게르만 언어를 쓰는 인구가 거의 40%이다.

또한 유럽연합에 속하지 않지만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스위스나 아이슬란드를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어 등 라틴어에서 나온 로맨스어 인구도 거의 40%이다. 따라서 영어를 잘 하는 것보다 해당 국가 언어를 잘하는 것이 비즈니스나 다른 업무에서 큰 도움이 될 수 밖에 없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기업이 해외 기업들 중 한 곳과 계약을 맺기로 하고 해당 기업을 물색 중이라고 하자. 이때 어떤 기업의 사장이 한국어를 잘한다면 당연히 그곳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 언어를 잘하는 것은 당연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유럽에는 여러 개의 게르만어가 있고 로맨스어도 여러 개 있기 때문에 영어에만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지 못하다. 유럽(더 정확하게 말하면 서유럽과 북유럽)의 언어 대부분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그 중의 하나를 배웠다면 다른 언어를 배우기 쉽다.

● 다양한 언어 체험자 필요

로마 문자를 비롯해 어순도 비슷하고 원래 라틴어에서 들어온 말도 대부분 똑같다. 한 예로 남아공의 아프리칸스어를 살펴보자. 아프리칸스어는 원래 17세기의 네덜란드에서 온 언어로 아프리카라는 먼 곳에 있어도 현재 벨기에의 많은 네덜란드어 방언보다 더 표준어에 가깝다. 예를 들면 '내 손이 뜨거운 물에 들어있다'는 영어로 'My hand is in warm water'이고 아프리칸스어로도 'My hand is in warm water'이다. 발음이 좀 다르기 때문에 'My hant is in varem vater'처럼 말을 하지만 거의 비슷하다.

'저것은 내 책이다'는 영어로 'That is my book'이고 독일어론 'Das ist mein Buch'이다. 마찬가지로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한테는 아프리칸스어, 네덜란드어, 노르웨이어, 스웨덴어, 스페인어 등이 세상의 다른 언어보다는 배우기 쉽다.

그럼 다시 토익 이야기로 돌아오자. 많은 한국의 기업들은 신입사원을 모집할 때 토익 점수에 비중을 많이 둔다. 다른 유럽언어도 어느 정도 자격시험이 있긴 하지만 토익이 훨씬 더 유리하다.

이처럼 영어에만 편중하는 것은 잘못이다. 영어 실력보다 '북서 유럽어 실력'이라는 식으로 보아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캐나다나 미국 뿐 아니라, 많은 나라를 경험한 직원들을 필요로 한다. 영어만 보지 말고 '북서 유럽어'라고 생각하면 더욱 다양한 경험을 가진 직원을 채용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이비드 맥클라우드 프리랜서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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