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민주당에 흩어져 있는 동교동계 인사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인다. 이번 모임은 여당의 지방선거 참패와 7ㆍ26 재보선 완패 이후 정계개편 논의가 활발해지는 시점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양당의 동교동계 인사 30여명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도쿄 피랍 생환 33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12일 낮 12시 김대중 도서관에서 조촐한 기념행사를 갖는다. 8월13일은 1973년 김 전 대통령이 일본 도쿄에서 중앙정보부 요원들에게 납치됐다가 동교동 자택 앞에서 풀려난 날이다.
민주당에서는 한화갑 대표와 김옥두 배기운 윤철상 설훈 최재승 남궁진 전 의원 등 20여명이, 우리당에서는 문희상 배기선 이석현 염동연 정동채 유선호 전병헌 최성 의원 등 10여명이 참석한다. 김태랑 국회 사무총장과 박금옥 국회의장 비서실장도 참석할 예정이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축사를 하고, 우리당 문희상 전 의장은 건배 제의를 하기로 했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김 전 대통령이 폐렴 증세로 입원했던 지난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비슷한 행사를 개최해왔다. 하지만 양당 통합론과 비(非)노무현 반(反)한나라당 세력 연대론 등이 제기되는 시점이어서 참석자들은 자연스럽게 정치권 새틀 짜기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참석자들의 면면만 봐도 범여권 통합론에 관심을 갖는 인사들이 많아 단순한 기념 행사로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고건 전 총리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지에 대한 얘기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모임을 앞두고 양당간 미묘한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 민주당측은 “단순한 기념 행사일 뿐”이라고 말하면서도 민주당 중심의 정계개편 논의가 이뤄지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이다. 반면 우리당측 인사들은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민주당 배기운 사무총장은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하면 얼마든지 통합 논의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우리당 사람들은 말을 아낄 것 같다”며 “모임을 정례화하자는 제의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당의 한 의원은 “정치적 오해를 살까 조심스럽다”면서도 “동교동계 인사들이 교류를 자주 갖는 게 나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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