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기술인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이 8일(현지시간) 미국에 상륙한 것은 국내 이동통신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이통관련 전후방 연관산업에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다 준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우선 국내에서 개발된 와이브로가 통신산업의 종주국이자 세계 최대 통신시장인 미국에서 차세대 이동통신기술로 선정됨으로써 세계 정보기술(IT)및 이동통신 혁명을 주도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최고의 기술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한국이 명실상부한 세계최고의 이동통신 최강국으로 부상했음을 널리 알리고, 세계를 무대로 이동통신 시장도 넓힐 수 있는 호기를 잡은 셈이다.
와이브로 서비스는 일단 미국의 통신업체인 스프린트 넥스텔 한 곳에서만 시작하지만 2008년 1월부터 시작될 스프린트 넥스텔의 와이브로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시범 서비스중인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BT), 이탈리아의 텔레콤이탈리아(TI), 일본의 KDDI 등도 경쟁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삼성전자는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미국, 브라질, 베네수엘라, 일본 등 7개국에서 와이브로 공급을 추진해 왔다.
이렇게 되면 와이브로 서비스용 장비, 와이브로 휴대폰과 카드 형태의 컴퓨터용 단말기(PCMCIA) 등을 개발하는 삼성전자 등 국내 휴대폰업계가 차세대 세계 이동통신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와이브로 서비스 장비와 휴대폰을 포함한 단말기의 세계 시장 규모가 내년 1조6,000억원에서 2010년에 11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삼성전자에 부품 및 관련 장비를 납품하는 중소기업들과 콘텐츠 개발업체들도 덩달아 반사 이익을 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100여개가 넘는 중소 협력업체들과 네트워크를 구축중이어서 미국 동반진출도 기대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와이브로 산업이 활성화할 경우 고용효과만 연간 27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생산유발효과를 2006~2012년까지 33조 8,591억원 규모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이기태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와이브로의 미국 진출은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의 긴밀한 협력 아래 정보기술(IT) 분야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에게는 막강한 경쟁자가 출현한 셈이어서 적지않게 긴장하고 있다. 와이브로 휴대폰으로 요금이 저렴한 인터넷 전화(VoIP)를 사용할 경우 기존 이동통신업체들은 시장을 지키기 위해 통화료 인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KT와 SK텔레콤이 6월말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와이브로 서비스의 경우 노트북에 꽂아서 사용하는 주변기기(PCMCIA카드) 형태의 단말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음성통화가 불가능하고 휴대성과 편리성이 떨어져 아직까지 가입자가 수백명선에 불과하다.
그러나 스프린트 넥스텔에 보급될 와이브로 휴대폰이 국내에 도입될 경우 가입자가 급속도로 늘어날 수 있다.
이 같은 폭발력 때문에 9일 증시에서는 와이브로 관련주들의 주가가 초강세를 보였다. 와이브로 단말기 개발을 추진중인 포스데이타를 비롯해 기산텔레콤, 영우통신, 쏠리테크, 서화정보통신, 한텔, 에이스테크 등 와이브로 중계기, 계측기, 안테나 등 부품 생산업체들은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관련업체들의 수혜를 거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이다. 현대증권 이시훈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미국 진출이 국내 장비업체들에게 보장해 줄 수 있는 수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확대에 대한 기대감”이라며 “포스데이타는 삼성전자와 경쟁관계이고 부품업체들의 제품은 미국과 대만업체들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당장 미국 수출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또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지만 와이브로의 기술사용료(로열티)를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스프린트 넥스텔에 로열티를 강하게 요구할 경우 미국 시장 진출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우선 미국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한 뒤 미국 시장 성공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에 진출할 때 로열티를 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은 퀄컴처럼 많은 로열티 수혜를 보기 힘들지만 장기적으로는 퀄컴 못지 않은 로열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와이브로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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