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으로부터 우리 국군의 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는 문제가 8월 불볕더위만큼이나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전통제권 환수는 현 정부가 출범과 함께 국방과제 중 최우선 순위를 두고 추진했던 사안이며, 미국이 2010년 이전 작전통제권 반환 입장을 표명하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지난 2일 역대 국방장관을 포함한 군 원로들이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추진을 당장 중단하라"고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군 원로들의 주장은 작전통제권 환수가 한미연합사의 해체와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 및 유사시 미 증원군의 감소 등 한미 안보동맹의 근본적 와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작전통제권이란 '군의 작전계획이나 작전명령 상에 명시된 특정 임무나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지휘관에 위임된 권한'을 말한다. 따라서 작전통제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병력과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도 적절할 시기와 장소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
현재 우리 군의 전시 작전통제권은 사실상 한미연합사령관인 미군 장성이 가지고 있어서 유사시 우리 군 지휘부는 우리 국군의 작전을 스스로 수행할 권한이 없다. 자국 군대에 대한 작전 수행 권한이 없다는 것은 자기 집 대문의 열쇠를 다른 사람에게 맡긴 셈이나 다름없다. 이는 단순히 군 작전 운용에 관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며 국가의 주권과 관련된 사항이다.
한미안보동맹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작전통제권 환수는 일부의 주장대로 '한미동맹을 파기하려는 불순세력의 음모'가 아니라 미군의 세계전략과 이에 맞물린 주한미군 재편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동맹 형태의 유연화 전략의 일환이다. 또한 생산적인 동맹관계는 일방의 주권이 제한된 상태로 형성되거나 운용될 수 없다.
작전통제권이 환수되면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그에 따라 유사시 미군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주장도 폐쇄적이고 일차원적인 인식일 뿐이다. 20세기 이후 미국의 세계전략은 항상 특정 지역에서 미국의 이해를 완벽하게 구현한다는 기치아래 진행되어 왔다. 미군은 결코 감정적 우방 인식이 아닌 자국의 필요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이와 함께 작전통제권이 환수되면 첨단 정보수집 등에서 미군의 도움을 받지 못하여 엄청난 국방비 증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미국이 주는 만큼 가져간다는 단순한 계산도 하지 못한 인식이다. 주한미군의 주둔비용 지불, 첨단 정보의 지나친 의존과 무기체계의 미국 일변도로 인한 무기 구매의 불이익 등 알게 모르게 천문학적 국방비가 새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7일로 예정됐던 성우회의 회동이 일단 연기되고 대신 역대 국방장관들이 협의체를 구성하여 국방정책 결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군 원로들의 모임이 국방정책에 대한 압력성이 아닌, 거시적인 국방계획의 틀과 한미안보동맹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
군인 출신인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고별사를 통해 "다른 나라에 대하여 끊임없는 혐오감이나 상습적인 호감을 갖는 국가는 어느 면에서 노예 국가나 다름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좀 더 건강하고 발전적인 한미동맹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에 우리 군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이용중 동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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