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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도시… 감각적 영상… '마이애미 바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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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도시… 감각적 영상… '마이애미 바이스'

입력
2006.08.0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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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적 본능이 꿈틀대는 도시의 밤과 두 남자, 범죄세계와 총격전…. 할리우드에서 이런 소재로 영화를 가장 멋들어지게 연출할 수 있는 감독을 꼽는다면 아마도 ‘히트’ ‘콜래트럴’ 등을 연출한 액션 스릴러의 거장 마이클 만일 것이다. 그가 1984년부터 6년 동안 자신이 연출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TV시리즈 ‘마이애미 바이스’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미국 플로리다 남부로 유입되는 마약 공급책을 수사하던 FBI, CIA, DEA(마약단속국) 3개 기관의 연합 작전이 정보 유출로 실패한다. FBI는 작전에 합류하지 않은 소니(콜린 파렐)와 리코(제이미 폭스)를 마약 운반책으로 위장시켜 마약 조직에 잡입시킨다. 그러나 상대는 국제적인 거물 마약조직. 소니는 조직의 기밀을 파헤치기 위해 보스의 정부 이사벨라(공리)에게 접근하지만 오히려 그녀에게 빠져들고, 두 요원은 자신들의 완벽한 업무 능력을 의심하던 조직 중간책의 계략에 말려든다.

‘마이애미 바이스’에는 만 감독의 기존 스타일이 그대로 녹아있다. 만 감독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속도감 있는 편집, 몽환적인 색감,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 등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한다.

영화는 마이애미의 뜨거운 밤을 상징하는 클럽을 비추며 시작하고, 부두에서 벌이는 FBI와 범죄조직 간 대규모 총격신에서 만 감독 스타일은 절정에 이른다. 만 감독은 HD카메라로 촬영한 이 장면에서 총알이 오고 가는 장면을 다양한 각도에서 잡아내 사실감을 살렸다. 또 기계적인 효과음을 배제한 채 탄환의 둔탁한 충격음, 흙과 탄피가 튀는 소리를 담아 실제 전장(戰場)에 있는 듯한 느낌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거장의 영상 스타일은 진화했지만 이야기 구성에는 찰기가 부족하다. 마치 포장만 업그레이드하고 양은 줄인 과자를 사 먹은 기분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알렉산더’의 콜린 파렐, ‘레이’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제이미 폭스, ‘게이샤의 추억’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한 공리 등 화려한 캐스팅이 영상 속에 묻혀 버린다. 그나마 보스의 정부로 분한 공리가 자신에게 접근하는 소니와 심리전을 벌이는 게 눈에 띄는 장면이라고나 할까. 공리는 비릿한 남성 세계에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줌으로써 동양 여배우로서 할리우드에 안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해보인다. 17일 개봉, 18세.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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