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측의 마찰이 심상치 않다. 최근 여러 현안을 둘러싼 갈등 양상이 드러나면서 그럭저럭 유지됐던 암묵적 공조에 균열조짐이 뚜렷하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달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임명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김 의장이 당의 반대 기류를 청와대에 적극적으로 전달하지 않자,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를 사실상 공개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전 의장과 가까운 대표적 인사다. 당시 정동영계에서는 “김 의장의 리더십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김 의장이 발표한 뉴딜 정책을 두고는 대놓고 대립했다. 원내에서는 “국회를 통해 우리가 할 일을 당이 해서 고맙지만 역할이 바뀌지 않았나 싶다”(조일현 원내 수석부대표)는 불만이 곧바로 터져 나왔다. 정동영계에선 “김 의장이 대권행보를 하고 있다”는 시각도 많다. 정 전 의장과 가까운 한 의원은 9일 “뉴딜 추진의 시기와 절차, 내용, 자세에 대해 칼날같이 비판할 수 있지만 참고 있다”고 말했다. 당청 갈등 등 안팎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절제할 뿐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김 의장측은 “언제는 비대위가 아무 일도 안 한다고 비판하더니, 뭘 좀 하려니 손가락질 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 전 의장의 핵심 측근인 양기대 수석부대변인이 8일 해임된 것도 큰 일 아닌 듯 보이지만 내부적으론 상당한 감정싸움을 촉발했다. 정 전 의장측은 “지금 자기 사람 앉히기 위해 정치도의에 어긋나는 인사를 할 때냐”고 발끈했다. 실제 김 원내대표와 박명광, 정장선 비대위원 등 정 전 의장측 인사들은 김 의장에게 직접 재고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의장측은 “의장이 정무직 수석부대변인 인사도 마음대로 못하냐”고 반문했다.
정치현안에 대한 인식차도 크다. 정계개편 문제만 해도 김 의장측은 연말까지는 언급하지 말자는 입장이지만, 김 원내대표 등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도 김 의장측은 일정 기간 자신의 활동 기회 확보 차원에서 적절한 선에서의 협력 및 긴장 관계를 원하지만, 정동영계측은 내심 더욱 강력한 차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이 대결로 번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아직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며 “한쪽이 살아야 다른 쪽도 산다”는 공감대도 남아 있다. 그러나 뿌리 깊은 양측의 견제심리와 대립 구도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뇌관이어서 아슬아슬한 동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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