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걸어나온다. 빽빽한 격자의 텍스트에서 별빛 가득한 한강의 여름 밤으로, 필부필부(匹夫匹婦)의 가슴 속으로.
문학의 활성화와 대중화를 목적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문학나눔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도정일)가 마련한 ‘2006 한강문학나눔큰잔치’가 ‘노래하라 사랑아’라는 제목으로 24~26일 매일 오후3~10시 서울 여의도 원효대교 밑 한강 둔치에서 열린다. 사춘기 시절 문학세계로의 탑승권이었던 사랑시를 주제로 다양한 부대행사들이 곁들여지는 이번 행사는 문학뿐 아니라 음악, 미술, 공연 분야의 예술가들이 대거 모여 숨죽이고 있던 시에 팔딱이는 날숨을 불어넣어주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문학축제다.
모두가 연애시인
연극계의 스타일리스트 김아라의 총연출로 진행되는 축제의 메인행사는 주제공연 ‘강에게’. 만남의 기쁨과 헤어짐의 고통, 지난 세월의 추억 등 사랑의 각 국면들을 김춘수의 ‘꽃’,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신달자의 ‘오래 말하는 사이’, 안도현의 ‘저물 무렵’ 등 30편의 사랑시로 표현한 시극(詩劇)이다. 한국 공연예술계를 대표하는 예술가들과 젊은 시인들이 배우로 변신해 원효대교 교각 4개를 연결한 수상무대 위에서 사랑의 슬픔과 환희를 노래한다.
즉흥시 난장은 축제에 참여하는 문학인들과 예술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즉흥 퍼포먼스로, 무작위로 선정된 출연자가 시 낭송과 노래, 춤 등을 선보이며 한바탕 신명나는 시의 굿판을 벌인다.
문학은 유람선을 타고
소외계층 청소년들의 가슴에 시심을 심어주기 위한 ‘유람선 문학나눔콘서트’도 마련됐다. 군산애육원 등 전국 6개 지역의 소외계층 청소년 200여명을 초대해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문학과 음악, 연극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도록 한 이 프로그램에는 정희성, 신현림 등 시인과 황신혜밴드 등 음악인들이 참여해 한강의 야경을 낭만과 서정의 무대로 꾸민다.
다양한 부대행사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우수문학도서 전시, 설치미술가 정하응씨 등 5인의 설치미술 전시, 비주얼 아티스트 최종범씨의 비주얼 퍼포먼스 등 문학과 한강을 주제로 한 다양한 행사들도 사흘간 가설무대와 북카페 등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문재 시인의 사회로 진행되는 인터넷 문학라디오 ‘문장의소리’ 공개방송은 신달자, 오정희, 이시영 등 유명 문인들을 초대해 문학에 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진행된다.
총연출을 맡은 김아라씨는 “사랑시를 읽고 쓰던 기억은 누구나 갖고 있는 인류 보편의 정서이자 추억의 한 토막”이라며 “예술가가 예술가를 응원하는 아름답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민들이 편하게 문학을 즐길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 문의(02)760-4690~1, 문학나눔 홈페이지(www.for-munhak.or.kr).
박선영기자 aureov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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