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실어왔던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은 다음 회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그 동안 클래식음악에 대한 이야기,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다른 미디어의 클래식 음악들, 현 음악계의 문제점과 음악인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마음껏 다루었다.
이 칼럼의 첫 글은 아직까지도 괴상하고 과격한 전위음악으로 사람들의 고개를 젓게 만드는 베토벤의 ‘대푸가’에 대한 글이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나의 관심은 다시 이 엄청난 현악사중주곡으로 모아졌다.
당시 칼럼 제목이 ‘베토벤의 헤비메탈’이었던 만큼 격렬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 작품은 연주자의 체력을 5분 이내에 바닥내게 하고도 후배 작곡가들이 이해 못할 수준의 난해한 전개를 계속 펴나아가 15분이란 대곡으로 완성된다. ‘푸가’라는 바로크시대의 특허품을 가지고 베토벤의 ‘최후의 광기’로 부수어 버린 것이니 작품 분석을 하려고 덤비는 사람들은 각오를 단단히 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러한 작품에 대한 기괴성 외에도 또 하나의 미스터리가 있다.
이 곡은 원래 13번(Op.131) 현악사중주의 마지막 부분이다. 무려 6개나 되는 악장으로 되어 있는데 하필 이 마지막 악장이 이런 거대한 악장이니 출판사에서 좋아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이 악장을 별도(Op.133)로 출판하는 것을 제안했고 베토벤은 이를 받아들였다. 또 아주 가벼운 분위기의 새로운 6악장을 다시 써주기까지 했다. 이해가 가는가? 원래 예술가들의 작품에 대한 고집은 엄청나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악성 베토벤이 이런걸 쉽게 승낙했다는 것이 믿어지느냐는 말이다.
최근에 나는 이 부분에 대한 아주 재미있는 문헌들을 읽었다. 실제 진행 상황들만 본다면 베토벤이 출판사에서 돈을 더 받고 악장 분리에 특별한 반대 없이 동의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곡이 초연될 당시 작곡가는 그 자리에 없었다고 한다. 공연을 관람한 그의 친구는 술집에 있는 베토벤에게 달려가 공연장에서의 우레 같은 박수에 대해 얘기했다. 베토벤은 버럭 화를 내며, “마지막에 푸가로 끝나면 왜 안된다는 거야!”라고 소리지르고 관객들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렸다고 한다. “머저리들, 짐승들….”
지금도 이 곡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분리해야 당연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앞의 악장들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음악의 거장 스트라빈스키는 이 난해한 악장을 오히려 분리하길 잘했다고 평가했었다. 그러나 그는 앞에 있는 다섯 개의 악장들이 모두 교묘하게 대푸가를 위해 모티브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깨닫고 죽기 전에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조윤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