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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너무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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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너무 젊다

입력
2006.08.0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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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이자 아동문학 평론가인 친구를 만났더니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가 바로 아동문학의 고민이라고 수다를 한다. 어린이가 태어나지 않으니 아동문학책이 팔리지 않고 팔리지 않으니 출판사가 내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기사 한국의 출판시장은 출산율과 궤적을 같이하고 있다. 베이비붐세대(1955~1960년에 태어난 사람들)의 자녀들이 책을 읽을만한 나이에 들어선 1980년대 후반부터 아동출판시장이 커지기 시작했고 이들이 성장과 더불어 2000년대 들어서는 청소년출판시장이 커지고 있다. 친구와의 수다는 아동문학가들이 고령인문학을 하든 어쩌든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는 실없는 다짐으로 끝났다.

● 정성스런 일은 나이 들수록 잘한다

남이섬 대표인 강우현씨는 아동문학가이다. 일본의 그림책경연대회인 노마콩쿠르에서 대상을 받기도 한, 유명한 그림책작가이다. 그런데 그가 진짜로 고령화 사회를 위해 큰 일을 했다. 올해 그 회사의 정년을 80세까지로 연장했다.(포브스 지 보도) 이 회사 직원 88명 중 30%가 예순 이상이고 최고령자는 일흔다섯살이라고 한다.

최저임금이 120만원이라니까 어르신들한테 허드렛일을 시키고 저임금을 주는 그런 구조는 아니다. 왜 이런 규정을 만들었냐니까 "나도 100세까지 일하고 싶어서"라고 강우현씨는 말한다. 이곳에서는 "정직하고 부지런하면" 80세까지 일할 수 있다. 그 일이 힘에 부쳐서 못하면 다른 일을 찾아준다고 한다.

이곳에서 어르신들은 나무를 다듬거나 풀을 뽑는 것처럼 잔손질이 많이 가는 일이나 옹기를 만들고 물레를 돌리는 것과 같은 전통문화를 살리는 일에 종사한다. 71세의 선장도 있다. 모두가 나름대로 전문직이다. 그는 "일에는 능률을 요하는 일도 있고 정성을 요하는 일도 있는데 여기 일은 정성을 요하는 일이라서 나이든 분들이 더 잘한다"고 말했다.

남이섬 사례에는 고령화와 농촌인구감소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들어있다. 현재 우리나라 군마다 인구감소를 줄여보기 위해 갖가지 비책을 내놓지만 별달리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퇴 후 쾌적한 거주지를 만들어서 고령자를 유치하겠다는 발상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노인들이라고 그냥 쉬기만 하는 노후를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움직이고 일하는 즐거움이 없는 거주 공간에는 절대로 머물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말 고령자들을 유치하고 싶다면 그들에게 줄 일거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고령자 세대를 유치해서 지역발전을 이룬 곳으로 라스베이거스를 꼽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도박으로 유명한 이 도시는 바로 이 카지노에 노동인력으로 노년층을 받아들여 지역도 발전하고 노년층에게도 복음을 전해주고 있다. 올해는 1946년에 출발한 미국의 베이비붐 첫세대가 환갑을 맞이한 해이다.

숫자가 많고 그만큼 은퇴연금이 풍부한 이들을 어느 도시가 유치할 것인가가 관심사였는데 네바다주는 세금을 없애고 직장을 주어 의료보험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이들을 대거 유치했다고 한다.

미국의 다른 주에서 65세 이상의 고령자 인구가 26.8% 정도가 늘어난 데 반해 네바다주의 클라크카운티에서는 100.5%가 늘어났으며 라스베이거스에서는 122%나 늘었다고 한다. 이곳의 카지노에서 칩을 바꿔주거나 전화응대를 하는 이들이 모두 고령자들이다. 은퇴 후에도 자기 일을 가지니 모두들 밝고 환하다. 이들의 서비스를 받는 고객들도 물론 매우 마음 편할 것이다.

● 일 없는 은퇴는 고역

2년 전 공자탄신 2555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의 유학인들이 대거 중국을 방문했을 때 항구로 환영나와 북춤을 춘 이들은 모두 지역의 노인들이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환영인사는 젊은 여성들이 맡고 있다.

다른 서비스 업종에도 젊고 아름다운 사람만이 환영을 받는다. 서비스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름다운 사람보다는 친절한 사람이 더 좋다. 남이섬 방식이 모든 지역에서 모든 서비스업종에로 퍼져가길 바란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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