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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지역 이재민 "이젠 찜통과 사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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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지역 이재민 "이젠 찜통과 사투중"

입력
2006.08.0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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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더위에 숨이 턱턱 막히지만 어쨌든 살아 있잖아. 그런데 앞으로는 어찌해야 할 지..."

연일 섭시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누구보다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수해로 모든 것을 잃은 이재민들이다. 6일 오후 강원 평창군 진부면 중심가에 있는 체육공원을 찾았다.

산간지역에 고립됐다가 헬기로 구조된 주민들이 가족들과 부둥켜 안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장소다. 당시의 절박함은 장마가 끝난 지금까지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줄지어 늘어선 컨테이너 30채에서 집이 침수되거나 토사에 묻혀 돌아갈 곳 없는 이재민들이 무더위와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6평 짜리 공간에 들어서자 후끈한 열기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방 구석에 놓인 선풍기 한 대로 쫓기엔 너무나 버거운 더위다. 그나마 가족이 함께 모여 살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옷 소매로 연신 땀을 닦던 안길수(49)씨는 "아내, 아들과 편히 누워 다리를 뻗기조차 힘들만큼 좁다보니 훨씬 덥게 느껴진다"며 "더위도 더위지만 30세대가 모여사는 곳에 공용 세탁기가 한 대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승교(80ㆍ여)씨는 이날 무심코 과일을 씻으려다 손을 데일 뻔했다. 싱크대에 달린 수도꼭지를 열자마자 뜨거운 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조심한다고 번번이 다짐하면서도 벌써 3번째다. 컨테이너 마다 상수도 배관을 급하게 연결하느라 땅에 묻지 않고 노면에 설치한 탓이다.

찬물을 받기 위해 매번 20여분 동안 물을 흘려보내야 하는 것도 고역이다. 정씨는 "여러명이 함께 기거해야 하는 학교 대피소 보다는 낫지만 이럴 때마다 집 잃은 설움에 한숨만 나온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한 때 고립됐던 마을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체육공원에서 15분쯤 차를 몰아 거문리에 들어서자 산 아래 언덕 위에 휑하니 컨테니어 한 채가 놓여 있었다. 토사에 지붕까지 매몰돼 집 근처를 떠나지 못한 이명자(77ㆍ여)씨가 홀로 살고 있는 곳이다. 140만원을 들여 딸이 마련해 준 4평 짜리 공간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채 세간살이가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이씨는 "덥고 외롭지만 평생 살아온 이 곳을 차마 떠날 수 없어 임시로 거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만 이씨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4, 5명에 이른다.

20여일째 군인, 민간인, 공무원 등 6만여명이 투입돼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작렬하는 태양 앞엔 버겁기만 하다. 서울의 한 교회 자원봉사자 정모(23)씨는 "한낮 더위를 피해 이른 아침과 오후 늦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고 힘겨워 했다. 36사단 황관희 일병(22)은 "복구작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병사들 대부분이 더위에 지쳐 녹초가 된다"며 "한여름 수해복구가 이렇게 힘든 것인지 미처 몰랐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재민들이 컨테이너에서 마냥 머물 수 없는 것도 걱정이다. 무상 이용기간이 6개월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위로금과 복구비를 합해 정부에서 나오는 2,300만원으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무리다. 양철중(47)씨는 "더위야 그럭저럭 버틴다고 하지만 6개월 후에는 한겨울인데 어디로 가야 할 지 벌써부터 막막하다"며 "정부 지원금으로는 집에 기둥 세우고 나면 끝"이라고 성토했다.

평창=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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