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에 불만을 품은 시민이 법정에서 인분을 던지기도 했다는데 이번 사건으로 사법불신이 커질까 걱정됩니다.”
법조브로커 김홍수씨 사건은 판사와 검사, 경찰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냈다. 정의의 보루를 자처해온 이들은 예외 없이 브로커의 올가미에 걸려 들었다. 올해만도 ‘윤상림 사건’에 이어 두 번째 법조비리 사건이다. 사법부와 검찰은 이번 사건이 국민 불신으로 이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검찰이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 J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수수했다고 밝힌 금품 액수는 무려 1억3,000만원이다. 이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M 총경은 3,000만원, K 전 검사는 1,000만원 등 모두 적지 않은 돈을 받았다.
J씨의 경우 사흘 전인 4일 대법원에 사표를 제출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현직고법 부장 판사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것과 마찬가지다. 현직 판사가 개인비리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경우는 사법 사상 한차례도 없다. 사법부로선 J씨의 영장 청구 직전 사표 제출로 후배 판사가 선배의 혐의를 재판하는 치욕은 면하게 됐지만 도덕성에는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일선 판사들은 J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올 것이 왔다”며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송두리째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라며 우려하고 있다. 사법부는 영장이 청구된 7일 하루종일 회의를 열며 숙의를 거듭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미리 마련해 놓은 법조비리 재발방지대책을 언제 발표할지 시점을 놓고 여론을 저울질했다. 하지만 드러난 환부를 도려내는 등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면 국민적인 신뢰 회복은 물론, 일선 판사들의 동요조차 가라앉히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형사재판을 하는 한 판사는 “법정에 들어서면 법조비리를 의식할 수밖에 없어 어떻게 재판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몇몇 때문에 사법부 전체가 불신을 받는 상황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일단 공은 법원 쪽으로 넘어간 셈이지만 검찰의 속도 편하지 않다. 검찰은 K 전 검사가 현직 시절 금품을 받은 혐의로 역시 영장이 청구돼 국민적인 비난 여론을 피할 수 없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번에 청구된 영장의 발부 여부에도 신경이 곤두서 있다. 김씨와 관련된 사람들 중 핵심적인 인물을 추려 청구한 영장이 기각된다면 향후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수사 시작부터 법원과 벌여왔던 기 싸움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시민단체들은 대부분 이번 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사법불신 해소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강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국장은 “법원은 사건 관련자들을 구속 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법조비리 단절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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