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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은 용돈 친구 위해 써주세요" 가슴울린 3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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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은 용돈 친구 위해 써주세요" 가슴울린 300만원

입력
2006.08.0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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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모아둔 용돈은 후배들을 위해 써주세요."

위암으로 투병하던 고교생이 초등학교부터 꼬깃꼬깃 모아둔 용돈 300만원을 자신이 다니던 학교를 위해 써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18일 충남 천안시 목천고 교장실에 이 학교 학부모인 최주현 (49ㆍ천안시 불당동)씨가 찾아왔다. 한동안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꺼내지 못하던 최씨는 얼마 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 재원(19ㆍ목천고3)군의 유언이라며 300만원을 내밀었다. 그는 "아들이 짧은 인생 가운데 학교생활을 가장 즐거워 했고 "그 동안 모아놓은 용돈을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보탬이 되도록 써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말한 후 일어섰다.

이 300만원은 재원군이 초등학교부터 용돈을 아껴 10여년간 돼지저금통에 한 푼 두 푼 모은 것에다 투병생활 중 병문안을 온 친지들로부터 받은 돈을 합친 전재산이었다.

재원군이 병원에서 위암판정을 받은 것은 2005년 3월. 이후 1년간 항암치료 등 힘든 투병생활을 했으나 완치되지 않았다.

1년간 병마와 싸우는 와중에 학교생활이 너무 그리웠던 재원군은 병원과 부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올 3월 복학했다. 학교에 다니는 도중 수시로 병원에 실려가고 진통제를 맞아야만 할 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1년 후배들과 진학준비를 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병마는 재원군을 더욱 괴롭혔다. 악화하는 병세에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않았음을 감지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학교생활을 가슴에 품고 가기 위해 학교를 위한 일이 무엇인가 생각하기 시작했다.

재원군이 돈을 기탁하기로 결심한 것은 세상을 뜨기 1개월 전인 6월. 자신의 후배인 1학년 조준형군이 교통사고로 숨진 뒤 조군의 부모가 장례비 900만원을 모아 학교에 기부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였다. 학교 측은 이 돈으로 학생들이 틈틈이 모여서 쉴 수 있는 '부모님의 마음'이라는 이름의 쉼터(정자)를 만들었다.

재원군은 숨을 거두기 전 1개월 가까이 쉬는 시간마다 교실 창문 너머에 쉼터 바라보곤 했다. 또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은 사색 장소로 활용하면서 얼마남지 않은 생의 마감을 준비했다.

학교측은 이번에 용돈을 기증한 재원군의 뜻을 기리기 위해 교사들이 등교하는 학생들을 마중하는 곳에 시계탑을 세울 계획이다.

김광희 교장은 "어린 나이에 일찍 세상을 떠난 학생들과 가족들이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보고 놀랍고 가슴도 아프다"며 "정자와 시계탑을 통해 두 학생의 뜻이 오랫동안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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