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대책은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노사 갈등으로 1년9개월째 표류하자 정부가 먼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서 모범을 보인다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내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준 적용을 놓고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예산확보가 안돼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공공무분 비정규직 근로자 5명 가운데 1명이 정규직으로 신분이 전환된다. 대상자는 관계부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하지만 기간제 근로자를 반복 갱신해 사용하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자가 해당된다. 각급 학교의 조리종사원과 지방자치단체의 환경미화원이 주 대상이 된다. 그러나 전문 지식ㆍ기술의 활용이 필요하거나 수습생 등 수련과정에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존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대책들이 일회성에 그쳤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추진위원회 구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총리훈령을 제정해 이번대책이 상시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대책이 마련됨에 따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해 근로계층 간 양극화를 해소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행 과정에서 노사정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에 대한 큰 틀을 마련하고 내년 5월까지 대상자를 최종 확정키로 했으나 구체적인 범위가 명시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정규직 전환대상의 원칙을 제시한 것”이라며 “앞으로 기관별로 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기관마다 정규직 대상 범위를 정해야 해 이를 놓고 심각한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또 이번 대책의 대상 가운데 하나인 공기업 교육기관 산하기관들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예산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대책을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2,7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1,500억원 가량을 해당 공기업 등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측의 설명이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 규모 등이 정확하게 결정되면 국비 지원 가능성 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공기업 등의 우려를 일거에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대책은 공공부문 인건비 감축과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정부의 공공분야 혁신 방향과도 배치된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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