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메아리] '2006 노무현'…고립…

입력
2006.08.09 00:12
0 0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국민후보’라는 이미지로 이회창 후보의 강고한 대세를 격파해 승리할 수 있었다. 국민후보라는 말은 특권 기득층과 대립되는 쉽고도 간명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며 광범위한 대중적 동원을 이루어 냈다.

이 과정에서 인기 없는 현직 대통령과 미래를 담당할 차기 후보가 분리되는 효과를 거두었고,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실정에 이반 돼 있던 일반 정서를 파고 들었다. 부패한 정권과 낡은 야당 사이에서 정치 전반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있던 국민들에게 국민후보가 먹혀 들 여지는 컸다.

●‘리눅스 정치’ 어디 갔나

그 승부는 역전의 승리였다. 후일 학계와 분석가들은 그 선거 형태를 포퓰리즘의 개념으로 규정했다. 포퓰리즘은 흔히, 또 지금껏 대중 인기 영합주의로 이해되며 선동적인 정치가에 대한 비판적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지난 대선을 포퓰리즘 선거로 규정했을 때 이는 반드시 그런 의미는 아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선거 이전 월드컵 축구대회 기간 열광의 경험은 대중의 결집과 집단의사의 분출, 그리고 이를 깨달은 교육효과를 남겼다. 연장 선상에서 포퓰리즘의 동원 기제는 선거에 이미 강력한 기반을 만들고 있었다.

당시 한국정치연구소의 안병진 교수는 노 후보의 선거운동 방식을 자생적 조직과 자발적 지지자들의 네트워크적 조직 형태로 규정하면서 이를 ‘리눅스 정치’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적 소프트웨어 윈도에 대항해 대중의 열린 네트워크 속에서 공동으로 개발되는 소프트웨어 리눅스에 비유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안 교수는 그 무렵 노 후보의 한 인터뷰 내용을 주목했었다. 노 후보는 인터뷰에서 선거운동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개방성을 들면서 “많은 아이디어가 대중들과의 호흡 속에서 결정됐다”고 말했었다.

다 지난 3년 반 전 얘기를 다시 생각해 보는 이유는 별난 것이 아니다. 요즘 논란의 중심에 있던 노 대통령의 처지가 그 때와 뚜렷하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목표와 방향을 잃은 채 방황하고 표류하는 듯하지만 때로는 자기만의 소신을 놀라울 정도의 권위주의로 드러내는 노 대통령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인하는 것은 포퓰리즘을 만끽한 리더일수록 독선과 권위에 빠질 개연성이 더 크다는 현실 정치의 경험칙이다. 또한 문제는 포퓰리즘에 익숙한 지도자가 대중에 의해 거부되고 유리될 때 그 입지가 극히 제한된다는 점이다.

지지세력을 기반으로 이를 대변하는 집권당으로부터도 공격 받는 대통령의 모습은 고립 그 자체다. 고립된 대통령의 지도력은 그 자체가 심각한 위기다. 엊그제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가진 회동에서 합의하고 얻어낸 것이 결국 대통령 인사권의 인정이라는 데서 그 심각성은 차라리 희극에 가까울 정도임을 드러냈다.

대통령의 인사가 풍파를 일으킬까 조마조마해야 하는 집권당, 대통령에 저항하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가 위태로워진 집권당의 현주소가 드러났다. 대통령 말대로 권력투쟁이 불가피한 것 같다. 그러나 그 권력투쟁도 수준 이하의 것이라는 데서 문제는 적나라해진다. 여기에 민생이, 경제 토론이 자리잡을 터가 있을 턱이 없다.

●남은 1년 반 소중하고 길다

중도좌파 지식인 모임인 ‘좋은 정책 포럼’에서 “참여정부는 지지자들과 여당과도 일정 부분 분리됨으로써 공중에 뜬 정부가 돼 버렸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노 대통령에게 아프고도 정확한 진단이다. 노 대통령의 집권 배경 중에는 진보의 약진이라는 이념지형의 변화가 중요했지만 이제 “진보개혁 세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 것도 정권의 무능과 실패를 요약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당과의 회동에서 “대통령도 변하기 위해 무척 노력 중이라는 점을 알아달라”고 했다. 대통령의 변화는 대중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는 데서 입증된다. 주말 청계산에 몰래 올라 등산객들이 대통령에 대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라는 사람도 있다. 대통령이 고립 상태에 머물기에 남은 1년 반은 소중하고 길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