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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기덕 감독의 개탄 이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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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기덕 감독의 개탄 이유 있다

입력
2006.08.0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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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이 마침내 불만을 터뜨렸다. 한국 관객은 앞으로 그의 영화를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베를린ㆍ베니스 영화제 감독상 등을 수상한 그의 표현대로 그것은 협박, 불만, 하소연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는 13편의 영화를 만드는 동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2004년 ‘빈집’이 흥행에 실패한 후 자신의 영화를 국내에서 개봉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또한 ‘활’이 개봉 1주일도 안 되어 내려진 후 다시 마음을 굳혔다고도 했다.

그는 국내 영화제에도 자신의 작품을 출품하지 않겠으며, 자신이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면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도 밝혀, 그의 불만이나 서운함의 토로가 오래 누적된 것이며 별러온 것임을 드러냈다. 현재 한국 감독 중 해외에서 가장 높이 평가 받고 있는 김 감독의 이런 불만과 비애 섞인 개탄을 지나치게 감정적이라고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김 감독이 감독한 영화가 국내에서는 흥행에 참패했으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미국에서 32만 명이 보았다. 또 ‘빈집’은 프랑스 독일에서 각각 20만 명이 보면서 그의 영화적 독창성에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이런 현상은 때 맞춰 놀라운 흥행 실적을 보이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도 비교된다. ‘괴물’은 국내 1,600개 스크린 중 600개 정도를 차지하면서 개봉 11일만에 6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왜 우리의 영화적 안목은 외국인의 감수성과 큰 괴리를 보이는 걸까. 거대자본 영화로의 쏠림은 우리 영화관객의 한계일까. 유사한 예로 다른 감독의 작품성 있는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이 참패한 이유도 뒤돌아보아야 한다.

현재의 영화 취향대로라면 스크린쿼터 축소가 장기화하면서 당면하게 될 할리우드 바람 앞에서도 무력하게 될 것이 염려된다. 다양한 소수 취향의 영화에 대한 보호장치로서 제안한 봉준호 감독의 ‘마이너리티 쿼터’도 고려할 만하다. 좋은 영화의 제 자리 찾기를 위한 영화 저널리즘의 활성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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