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엔 ‘빠삐용’염소가 살고 있다. 주인공은 8개월여 동안 수십 차례의 우리 탈출시도 끝에 자유를 얻은 세 살짜리 쟈넨종 암컷 염소.
빠삐용이 첫 탈출을 감행한 것은 2004년 여름. 그 해 3월에 태어나 채 반년도 지나지 않은 어린 새끼였다. 관람객의 신고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빠삐용은 그러나 한 달도 안돼 2차 탈출을 시도했다.
맹수건 초식동물이건 일단 동물이 우리 밖으로 나오면 ‘사고’로 인식하는 대공원에선 난리가 났다. 울타리를 높이고 철망을 덧대 탈출로를 봉쇄했지만 빠삐용의 탈출과 재수감은 8개월 동안 계속됐다.
보다 못한 대공원이 결국 생각을 바꿨다. 빠삐용이 수십 차례 우리밖 공원을 활보했지만 사고를 치지 않았고, 오히려 관람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는 점이 정상 참작됐다. 빠삐용은 지난해 3월 마침내 자유를 얻었다.
사육사 김정희씨는 “빠삐용이 탈출하는 우리 틈새를 굳이 막지 않기로 했다”며 “오전에 나간 빠삐용은 그 탈출로를 통해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현재 11마리의 새끼를 이끌고 공원을 활보하며 다니는 빠삐용은 ‘움직이는 동물체험장’ 등의 주요 출연진으로 활동하면서 어린이대공원의 명물이 됐다.
대공원측은 “처음에 사육사들을 고생시켰던 빠삐용이 이제는 어린이대공원의 홍보대사가 됐다”고 말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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