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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열대야에 뒤척이는데 "매미야, 잠좀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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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열대야에 뒤척이는데 "매미야, 잠좀 자자"

입력
2006.08.0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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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에 이어 매미가 극성을 부려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도심 복판에서 심한 매미울음소리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회사원 이세라(27·서울 개봉동)씨는 “문을 열어놓으면 밤새 우는 매미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잘 지경”이라고 말했다. 기업 중견 간부인 박정원(43·서울 여의도)씨도 “새벽과 밤을 가리지 않고 우는 매미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소리로 느끼는 매미 수는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반면 전문가들은 매미 개체수가 예년에 비해 현저하게 늘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곤충 전문가인 권오길 전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17년 주기마다 늘어나는 매미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처럼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매미는 없다”고 말했다.

한뫼생태연구소 이영준 박사는 “18년간 우리나라의 매미를 관찰했지만 최근 매미 수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다”며 “무더위에 가장 활발한 말매미가 여의도, 잠실 등 88올림픽도로 주변에 많이 번식하는데 최근 제철을 맞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토종매미와는 달리 동남아시아 지역과 같은 아열대 기후에서 주로 서식하는 말매미는 울음소리가 크고, ‘맴~맴’ 하는 운율 없이 ‘매에에에~’하고 지속적으로 우는 소리인데다,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면 떼로 우는 습성이 있어 ‘시끄러운 매미 소리의 주범’으로 꼽힌다.

날씨가 매미 개체수 증가에 영향을 끼쳤는지 생태과학적으로 명쾌하게 규명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높다. 국립수목원 생물표본과 변봉구 박사는 “일반적으로 곤충은 알에서 성체까지 성장할 확률이 5%에 불과한데 장마와 호우로 천적(새)이 줄어들게 되면 성체까지 갈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며 “지난 장마와 호우로 매미의 천적이 줄어 매미 수가 일시적으로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매미 소리가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것은 사실 사람 탓이다. 매미는 통상 낮에만 활동하고 우는 곤충이고 시골에서는 밤에 매미 소리를 듣기 어렵지만 조명이 환한 도심에서는 밤에 우는 매미를 흔히 볼 수 있다. 가로등과 아파트촌의 인공 조명으로 인해 밤을 낮으로 착각한 매미들이다.

매미소리는 심하면 50db을 넘어 70db 정도까지 이르러 시끄럽게 차가 다니는 정도의 소음을 낳고 있다. 전용주거지역 소음 환경기준이 낮 50db, 밤40db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매미소리는 주거지역의 환경기준치를 초과한 ‘소음공해’다. 하지만 권 전 교수는 “매미울음은 수컷이 암컷을 부르는 사랑의 노래”라며 “자연이 부르는 사랑의 소리를 시끄럽게 여길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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