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3주기 추모식(4~6일) 취재를 위해 금강산을 찾았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6개월만인 1999년 3월 처음 방문한 이후 두 번째였다. 7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은 금강산 관광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잘 알게 해줬다.
가는 길부터 그랬다. 강원도 고성에서 관광버스로 잘 닦여진 육로를 따라 40분만에 도착했다. 종전엔 동해항에서 금강호를 타고 공해상으로 빠져 나간 뒤 12시간 밤샘 항해 끝에 왔던 곳이었다. 변변한 호텔 하나 없어 선상에서 자야 했던 추억을 뒤로 하고, 북측 금강산여관을 리모델링한 200실 규모의 금강산 호텔에 묵었다. 온천과 횟집도 생겼고, 한적한 해변에서는 텐트치고 야영까지 가능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북측의 태도 변화였다. 험상굳은 인상으로 살벌함마저 느끼게 했던 인민군 복장의 북측 CIQ(출입국 사무소) 직원은 이번엔 부드러운 낯으로 먼저 말을 걸어왔다.
등산로 곳곳을 지키던 환경감시원의 무표정했던 표정은 가는 곳마다 매대에 물건을 쌓아놓고 파는 판매원들의 열성적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사진 한장 찍자는 남측 관광객에게 "음료부터 사시라요. 시원할 때 얼른 드셔야 합네다"며 사이다를 안겼다. 금강산은 이윤과 친절서비스를 익히는 체제변화의 학습장이 돼 있었다.
물론 북측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대북경협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한계에도 불구, 금강산은 작은 통일 특구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현대가 정부도 하지 못한, 대단한 일을 했다. 앞으로 통일을 위해 더욱 뒷받침해 줘야 한다"는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말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박진용 산업부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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