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들은 권력의 원심력으로 작용하는 차기 대선주자들을 견제하거나 그들과의 관계를 청산하는 발언을 하곤 했다. 현직 대통령들은 목소리를 높였지만 대선주자들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데 실패하고, 초라한 결말을 맞았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이 6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언급한 ‘외부 선장 영입론’이 앞으로 어떤 파장을 낳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대통령의 언급은 여당 중심의 정계개편을 강조한 것이지만 여당 대선주자들의 튀는 행보를 겨냥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6년 8월 “독불장군에겐 미래가 없다”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 내부에서 이른바 9룡(龍)들의 대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나온 이 발언은 영입 인사인 이회창ㆍ 박찬종씨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직설적으로 대권 경쟁 자제를 요구한 것이다. 97년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YS와 이회창 후보의 관계는 이 후보가 YS의 탈당을 요구했을 만큼 악화일로를 걸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탈당을 결행하는 발언을 통해 대선 구도를 뒤흔들기도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92년 대선 직전 “관권선거의 폐습을 청산하겠다”며 민자당을 탈당하고 YS와의 관계를 끊었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SK의 이동통신 사업 허가를 반대했던 YS는 여당 후보로서의 기득권을 포기해야 했다.
2002년 대선을 7개월 앞두고 단행된 DJ의 탈당도 마찬가지였다. DJ는 세 아들의 잇따른 비리를 이유로 “자식들의 물의를 엄정히 처리하고 대선에서 중립을 지키겠다”고 말하면서 여당과의 관계를 단절했다. 이 발언은 결국 노무현 후보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면서 대선 판도를 바꾼 계기가 됐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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