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재차 모임을 갖고 전시 작전통제권(작전권) 환수 협의의 중단을 촉구키로 했던 역대 국방장관들이 일정을 9일 이후로 연기함으로써 전ㆍ현직 장관들 간의 기싸움은 일단 진정세로 돌아섰다. 윤광웅 국방장관이 이상훈 씨 등 3명의 전직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논란이 됐던 자신의 발언(우리 군의 발전상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이 군 원로들을 폄훼할 의도가 아니었다며 수습에 나선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전직 장관들은 윤 장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완전 진화된 것은 아니다. 특히 역대 장관들은 작전권 환수 협의가 중단될 때까지 압력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어 논란이 확대될 수도 있다. 성우회 정책위 의장인 이정린 전 국방차관은 “현재 수순대로 가면 한미동맹이 균열된다는 게 군 원로들의 생각”이라며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뀔 때까지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역대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원로들은 작전권 환수로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유사시 증원전력이 전개되지 않는 한미동맹의 균열과 우리 군의 대비태세, 특히 정보전력의 미비로 인한 안보공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상훈 전 장관은 “작전권이 환수되고 연합사가 해체되면 주한미군 주둔과 증원전력 전개를 요구할 명분과 근거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이정린 전 차관은 “첨단 정보전력을 확보하는 데 앞으로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작전권 환수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한국군이 독자적인 작전수행 능력을 갖추기까지 적어도 5년은 필요하다며 판단, 2009년 환수를 주장하는 미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국방부의 노력도 안보공백 우려와 맞닿아 있는 셈이다.
국방부는 작전권을 환수하더라도 주한미군의 주둔과 전시증원 전력은 변함이 없도록 지휘체계를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권안도 국방부 정책홍보본부장은 “주한미군의 지속주둔은 작전권 환수와 관련한 로드맵에 분명히 명시할 것이며 유사시 압도적인 군사력을 한반도에 전개한다는 원칙에 대해서도 현재 초안형태로 한미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연합사 해체를 대비해 주한미군 주둔과 전시증원전력 전개를 보장하는 안전판을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역대 장관들의 전력을 문제삼아 정부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무기도입 비리에 연루됐던 장관들이 북한군을 압도할 국방력을 건설하지 못했다며 작전권 환수 반대를 주장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인 손석희씨는 “전직 국방장관들도 본인들이 재직하던 시절에는 작전권 환수를 추진한 게 사실 아니냐”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9일 이후 예정된 역대장관 회동에는 2일 윤 장관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던 김성은 정래혁 서종철 노재현 윤성민 이기백 오자복 이상훈 최세창 이양호 김동진 이준 조영길씨 외에 김동신 이병태씨가 추가로 동참, 15명 안팎이 참석할 예정이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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