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내 조명등이 주로 황색 빛깔을 띠는 이유는?
휴가철이 절정을 맞았다. 고속도로는 산과 바다로 향하는 차량들로 북적거린다. 장거리 운전에 몸은 피곤하겠지만 오랜만에 떠나는 가족 여행에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차고 창 밖 풍경도 여느 때와는 다르게 느껴질 것 같다.
강원도처럼 산이 많은 지역으로 여행을 가게 되면 수많은 터널을 지나게 된다. 그런데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등은 주로 흰색인데 반해 터널 속 조명은 황색 빛깔을 띠는 경우가 많다. 가로등 역시 황색 빛을 내는 전구가 많이 사용된다. 자동차의 뒷좌석에 않아 있는 아이들이 “왜 터널이나 가로등에는 노란색 전구를 쓰나요?”라고 물어볼 때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이 황색 전등은 나트륨등 혹은 나트륨 램프라고 불리는 전등이다. 나트륨(Na)은 원자번호가 11번인 가벼운 원소로서 소금(NaCl)을 구성하는 주성분이다. 보통 네온과 나트륨을 램프 내부에 같이 봉입하는데, 램프를 켜면 처음에는 네온 가스가 붉은 빛을 내지만 등의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나트륨이 증발되면서 나트륨의 방전 색깔인 황색 빛이 나온다.
이는 보통 나트륨의 D선이라 불리는 589나노미터(nm·10억분의1m) 파장의 빛으로, 다른 색깔의 빛이 섞이지 않은 순수 단색광(單色光)이다.
나트륨등은 가정이나 사무실용 조명으로는 사용할 수가 없다. 황색 빛만 방출하는 전등 밑에서는 물체의 색깔을 제대로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색깔의 구분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장소, 특히 야간의 옥외용 조명으로 사용할 때 나트륨등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나트륨등은 단색광이기 때문에 물체의 형태를 인식하는데 있어서 유리하다. 특히 야간에 도로 위에 존재하는 요철을 잘 식별할 수 있게 해 준다.
두 번째로 나트륨등이 내는 황색빛은 안개나 매연이 있을 때 보다 멀리 퍼져 나간다. 빛의 파장이 길수록 산란이 덜 되고 멀리까지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등으로 가시광선 중 파장이 가장 긴 빨간색 램프를 이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나트륨등은 안개가 낀 날 운전자의 투시성을 좋게 해서 교통사고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나트륨등은 발광효율이 매우 높아 야간에 밝은 빛을 만들어 내는데 있어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유는 사람 눈의 감도 곡선 때문이다. 사람의 시각체계는 같은 양의 빛이 들어오더라도 색깔에 따라 차별대우를 해 받아들인다. 인간의 시각은 파장이 555㎚인 녹색빛을 가장 많이 받아들이는 반면 파랑과 빨강색으로 갈수록 인지하는 양이 줄어든다. 이들의 바깥 쪽에 존재하는 자외선과 적외선은 전혀 느끼지 못한다.
나트륨등이 내는 589㎚ 파장의 황색 빛은 녹색빛에 가까워 사람의 눈이 가장 잘 인지하는 빛깔에 속한다. 동일한 전기에너지를 써서 나트륨등이 만드는 빛의 양, 즉 사람의 눈이 인지하는 빛의 양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형광등의 두 배 정도이다. 높은 밝기를 유지해야 하는 터널 내 조명등으로 나트륨등은 이상적인 광원이라 할 수 있겠다.
일년 반 정도 연재된 ‘빛으로 보는 세상’을 이번 칼럼으로 마치게 되었다. 우리 일생생활 속에서 매우 친숙한 존재인 ‘빛’의 여러 가지 측면에 대해 알기 쉬운 얘기들로 풀어서 전달하고자 했으나 의욕만 앞섰던 것 같다. 그 동안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고재현 한림대 전자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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