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실시되는 미 중간선거를 3개월 앞둔 상황에서 선거 판세가 일찌감치 민주당 쪽으로 기우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6일 보도했다. 과거에 치러진 중간선거의 경우를 보면 대체로 9월초 노동절이 지나고 나서야 유권자 표심의 흐름이 윤곽을 드러내곤 했는데 이번엔 판세가 조기에 가시화한 것이다.
미 유권자들이 ‘더 두고 볼 것 없다’는 식으로 공화당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데에는 무엇보다 이라크전 실패가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고유가 등이 겹치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 뿐 아니라 현재 미 상ㆍ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의 인기도 바닥을 헤매게 된 것이다. 특히 435개 의석 전체를 다시 뽑는 미 하원 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을 끌어 내리고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들의 일반적인 예상이다.
현재 하원 의석 분포는 201대 231(여기에 무소속 1, 공석 2을 더한 것이 전체 의석수)로 민주당이 열세이나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16석 이상을 추가로 얻어 하원을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현재 공화 55, 민주44, 무소속 1의 분포를 보이고 있는 미 상원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는 33명을 교체하게 되는데 하원에 비해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도약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0명 가운데 36명을 새로 뽑는 주지사의 현재 정당별 비율은 공화 28, 민주 22이다.
미국의 정치 분석가들이 이렇게 조기에 가시화한 판세가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그 어느 때 보다도 표의 응집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여론조사들에서 나타난 수치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선거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또 투표에 참가하겠다는 의욕도 더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다 정치자금 모금 액수에 있어서도 민주당의 실적은 공화당을 상당부분 따라잡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에 대한 장밋빛 예상에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지금 투표하겠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가 실제로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투표율에 관한 한 공화당은 자신의 지지자들을 투표소에 나오도록 하는 오래 된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현재의 기세와 분위기로 봐서는 민주당의 승리가 예상되나 공화당이 발전시켜온 투표율 제고 전략 등 공고한 정치구조를 깨지 못할 경우 실제 선거 결과는 여론조사와는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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