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개로 늘어난 각종 ‘세금 깎아주기(비과세ㆍ감면)’ 조항을 둘러싸고 당정간의 신경전이 심화되고 있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부동산정책, 경기부양여부,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주요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당정이 조세감면 제도에 대해서도 정반대 진단을 내리며 뚜렷한 정책방향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3일 조세연구원의 건의를 받아 올해로 적용시한(일몰)이 끝나는 55개 비과세ㆍ감면 조항의 폐지ㆍ축소를 검토하기 시작하자 마자, 이틀 만에 여당은 정반대의 법안을 가지고 나왔다. 5일 열린우리당 의원 10명이 정부가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비과세ㆍ감면조항을 5년간 더 연장하겠다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
여당이 연장하겠다고 밝힌 조항은 농협 수협 등에 예치된 2,000만원 이하 예금의 이자소득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인데, 정부는 이 조항을 올해까지 폐지하고 내년부터는 저율과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조세의 큰 틀을 보지않고 이해 당사자들의 요구를 중심으로 국회가 비과세ㆍ감면 의원입법을 난발해 무척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각종 분야에서 야금야금 깎아주기 시작한 세금이 지난해 20조원에 이르러, 양극화와 저출산ㆍ고령화 문제해결을 위한 세수확보 차원에서도 비과세ㆍ감면제도의 손질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여당은 조세감면을 줄이는 것은 사실상 ‘증세(增稅)’에 해당한다며 지방선거 패배 이후‘서민경제 회복’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바람에 정책방향은 안개속이다. 세금우대종합저축 등 금융상품 세제혜택의 축소가 필요하다는 조세연구원의 정책제안이 나왔지만, 정부와 여당간의 정책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은 올해말로 일몰이 끝나는 55개 조항 내에서 당정간의 의견차를 봉합하는 수준에서 조세감면 논의는 끝날 가능성이 높다.
조세연구원은 조세감면제도의 제어를 위해 총량제 도입, 감면요구 이해집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조세감면평가심의회 설립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기백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조세감면제는 이익집단이 물고늘어지면 쉽게 만들어주면서도 없애는 것은 너무 어렵게 돼 있다”며 “행정부안과 의회안을 포괄해서 한도를 준수하는 형태로 법제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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