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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언론플레이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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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언론플레이의 정치

입력
2006.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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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수석을 교육부총리에 임명하면서 시작된 인사파동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장관 임명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여야와 여론과의 대립을 넘어서 노대통령과 열린 우리당의 정면대립으로 발전함으로써 보는 이들을 짜증 나게 하고 있다.

결국 여론이 나빠지자 노 대통령과 김근태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오찬을 하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모두 상당한 타격을 입을 후이다. 그리고 이번 오찬은 일시적 휴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당의 주고받기

이번 파동에서 김병준과 문재인의 경우는 구별해야 한다. 김 전 수석의 경우 코드인사, 돌려막기식의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넘어서 교육의 총수로 부적합한 도덕적 문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문제는 젖혀 놓더라도, 이미 발표한 논문에 기초해 이를 발전시킨 부분중복 논문이라면 모를까 동일한 논문의 중복게재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학자로서 결정적인 잘못을 한 것이다. 게다가 해명과 달리 중복 게재한 학내 잡지가 중복게재 금지를 원칙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문 전 수석의 경우 반대파들도 인정하고 있듯이 능력과 도덕성에서 특별한 결함을 발견하기 어렵다. 지난 5ㆍ31 지방 선거를 앞두고 부산정권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은 적절하지 않았지만(이에 대해서는 2006년 5월 22일자 이 면에 쓴 ‘부산 정권?’ 참조) 그것을 결정적 결함으로 보기는 그렇다.

다만 이 발언에 따른 호남의 반발, 돌려막기 인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 대한 정치적 판단은 남아 있다. 어쨌든 문제가 되는 것, 그리고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문 전 수석 문제가 쟁점이 된 과정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문제가 있으면 노 대통령과 김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직접 만나서 계급장을 떼고 사생결단의 논쟁을 해 결론을 낼 일이지 그것이 아니라 얍삽하게 언론을 상대로 입장을 밝히거나 이야기를 흘리는 언론플레이로 사태를 풀어가려는 언론플레이의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이 점에서 일단 책임이 있는 것은 김 의장이다.

물론 노 대통령의 스타일로 볼 때 노 대통령과 만나 논의해 봐야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김 의장이 문 전 수석에 대해 능력도 있고 인품도 훌륭하지만 법무부장관에는 안 된다는 식으로 언론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잘못이다(김 의장은 문제가 커지자 자신의 발언이 언론의 유도심문에 말려든 것이라고 해명을 했다).

김 의장이 그랬다고 청와대가 똑같은 언론플레이로 문제를 풀어가려고 한 것은 마찬가지로 문제가 많다. 특히 걸핏하면 언론이 자신들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라고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스스로 언론을 찾아가 “날 잡아 잡수시오”하고 기가 막힌 먹잇감을 자진 헌납하니 웃기는 일이다.

구체적으로, 김 의장을 만나 문제를 제기하고 설득을 하면 될 것을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이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공개적으로 문 전 수석에 대한 반대를 이해할 수 없으며 대통령의 인사권 침해는 용납할 수 없다는 식으로 대응한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 이어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까지 대통령의 인사권의 침해라며 공개적인 비판을 하고 나섰다.

●콩가루 정권의 얍삽함

어디 그뿐인가? 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지금 상황은 권력투쟁”이라느니, “대통령 하려고 그렇게 대통령을 때려서 잘 된 사람 하나도 못 봤다”느니, 탈당할 생각은 없으니 “싫으면 자기들이 나가라”느니 하는, 특유의 정제되지 않은 불만들을 털어놓으니 콩가루 정권이 따로 없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가뜩이나 더위로 짜증이 나는 상황에서 신경질이 나 돌아버릴 지경이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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