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대법원은 3명의 건장한 남성이 돌아가며 강간을 한 사건에 대해 가해자 모두에 대해 강간죄 무죄판결을 선고한 적이 있다. 피해자가 강간죄의 대상인 '부녀'가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피해자는 성전환자였던 것. 피해자는 남자의 몸으로 태어났으나 어릴 때부터 여자 옷을 입고 고무줄을 하며 놀 정도로 여성에 대한 귀속감이 강했고, 수년간 여장을 하며 여성호르몬을 주입하다가 30대 중반에 일본에서 완전히 여성의 신체를 갖추는 성전환수술을 받았다.
수술 전까지 남자의 육체를 가진 여자로 살면서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물질적 고통은 말도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 모든 고통도 강간범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보다 더 할 수는 없었다. 법이란 것이 물 흐르듯 이치에 맞도록 하는 것이라면 이 판결은 납득하기 어렵다.
10년이 지난 최근 대법원은 성전환자의 인간답게 살 권리, 행복추구권 보호의 필요를 인정하여 성별변경을 허가하는 판결을 하였다. 실로 격세지감이다. 물론 성별변경을 하기 위한 요건은 상당히 엄격하다.
자신의 생물학적 성과는 반대의 성에 대한 귀속감을 갖고 행동하여 성전환증이라는 질병 진단을 받고 아무리 치료를 해도 치유되지 않으며, 성전환 수술을 받은 후 오랜 기간 바뀐 성에 따라 성관계와 직업생활을 하고, 주위에서도 바뀐 성으로 알아야 한다
. 사실 이런 정도 기준으로 보면 수 만명으로 추산되는 성전환증을 가진 사람들 중 성별변경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적은 수에 머물 것이다. 물론 그렇더라도 지금까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 행복추구권을 박탈당해온 이들에게 법적으로 성별을 변경할 수 있는 활로가 생겼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대단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두고 환영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종교계를 비롯한 일부 단체들은 '우주의 섭리'에 반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반대의 이유가 영 수긍하기 힘들다. '성별은 생명윤리의 기본'이란 주장부터 '주어진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것이 윤리적'이라거나 '창조주가 정해준 성을 변경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없'거나 '하늘의 이치'에 반한다고 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성을 '육체적·정신적으로 일치된' 남녀로만 한정한다. 그러나 성전환증을 가진 사람은 '육체와 정신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불일치가 자신이 의욕한 결과가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그렇게 되었다는 점에 있다. 다시 말해 '육체와 정신이 일치하는 자'뿐만 아니라 '불일치하는 자'도 '자연의 섭리'에 따른 것이고, '창조주가 정해준 것'이란 사실이다. 반대론자들은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성전환자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법적인 근거는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도 확인된다. 이 법 제30조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를 평등권 침해로 규정하고 있고, 최근 입법권고된 차별금지법도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성전환자의 성별변경에 관한 특별법'도 준비된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사회의 절대 다수자들이 성전환자들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갖고, 비윤리적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더라도 법은 성적 소수자들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
송호창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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