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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욱 개인전/ 뒤집혔다, 네거티브 필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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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욱 개인전/ 뒤집혔다, 네거티브 필름처럼

입력
2006.08.0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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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박주욱은 사진의 네가티브 필름 이미지 같은 그림을 그려왔다. 어두운 부분은 밝게, 밝은 부분은 어둡게 나타나는 네가티브 필름의 이미지를 변형해 캔버스로 옮긴 뒤 유화 물감으로 그린 그의 작품은 낯설고도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흔히 보는 나무이고 정물이고 풍경인데도 명암이 뒤집힌 채 깊은 어둠과 붉은 색으로 덮이다 보니 초현실적이고 우울해 보인다. 눈을 아리게 만드는 색상으로 가득 찬 화폭은 불길한 기운이 넘실대는 것 같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불안이 떠도는 무중력의 공간 같기도 하다.

갤러리 도스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여섯 번째 개인전은 ‘안티스타(Antistar)-뒤집어보기의 힘’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여기서 ‘안티스타’는 하늘의 별이나 대중스타에 관한 것이 아니라 빛에 관한 태도다. 빛을 반대로 해석하기, 즉 뒤집어보기가 그의 작업 방식이다.

뒤집히니 낯설다. 분명히 늘 보던 낯익은 풍경인데, 처음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못 보던 아름다움이 드러나지만, 불편하기도 하다. 아름드리 나무의 숱 많고 탐스러운 초록빛 머리털이 그의 그림에서는 네가티브 방식의 색상 반전에 따라 붉은 에너지 덩어리로 나타난다.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그 모양은 핵폭발 이후 버섯 구름을 연상시킨다. 살을 깨끗이 발라낸 뼈처럼 허옇게 도드라진 나무의 몸통과 줄기가 이 불길한 환영에 더욱 강렬한 인상을 새긴다. 얌전하게 서 있는 줄만 알았던 나무에서 수상하게 들끓는 기운을 감지하는 화가의 예민한 시선은 실은 인간의 내면을 향한 것이다. 그는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미처 발견하기 힘든 내면의 충동과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해” 사물을 뒤집어 본다.

“내 그림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환경이 파괴되어 가는 상태를 색채와 명암의 반전을 통해 대상의 음울한 분위기를 강조함으로써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시각적인 외형의 변화가 아니라 나 자신의 내면에 잠재돼 있는 위기 의식과 한없이 수그러드는 자괴감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작가노트에서)

이번 전시작에는 나무가 있는 풍경 그림이 많다. 그에게 나무는 일종의 표상이다. 그것은 “샤머니즘적 속성에서 기인하는 초월과 기복의 상징이자 현세의 삶에 안주하기 힘든 현대인의 정신적 지주”다. 그림 속 풍경은 밤인지 낮인지, 강물인지 풀밭인지 알기 힘든 것이 사뭇 몽환적이다. 더러 아주 조그맣게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몸무게를 잃어버린 유령 같거나 땅에서 붕 뜬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섬세한 붓질로 대형 캔버스를 메운 이 그림들 앞에서 관객은 네가티브 이미지가 일으키는 어지럼증에 잠시 아찔해진다. 뒤집어보기는 과연 힘이 있다. 그것은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을 깨뜨리며 질문을 던진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일까. 진실은, 사물의 본질은 이면에 숨어있는 것이 아닐까, 뒤집어봐야만 보이는. 전시는 13일까지. (02)735-4687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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