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총리는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강행하고 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등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역사인식이 결여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총리는 4일 니혼게이자이(日經) 신문과의 회견에서 “과거 식민지 지배 정당화와 한국 영토ㆍ주권에 대한 침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일부 일본 정치가들의 역사인식이 한일관계의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양국이) 숙명적인 동반자로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힘을 합쳐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야 한다”면서 야스쿠니 문제 등으로 한일 정상회담이 중단된 것에 대해 “여건이 충족되면 내가 일본에 가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며 일본측에 ‘눈에 보이는 변화’를 요구했다.
한 총리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그는 “(납치문제에 대한) 일본의 관심과 노력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과거 잔혹했던 일본의 강제연행 사실을 상기시켰다. “(일본인 납치피해자인) 요코타 메구미씨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납치당한 것과 똑같이 과거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강제 동원 당한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한 그는 “지금도 아시아에는 일본의 과거 행위에 의한 많은 ‘메구미’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또 중단 상태인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관련, “수산분야에서 일본측이 양보를 안 해 중단된 것은 유감”이라며 “일본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문제와 관련해서는 제재 일변도로 나가고 있는 미국ㆍ일본과의 입장차를 분명히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 북한 결의에 대해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 등의 기술과 자금 이전에 한정해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한 그는 “이것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면 문제 해결의 출구를 만들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의 불편한 한미 관계에 대해 “조정이 가능하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다음달 미국 방문 때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것임을 밝혔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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