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 여부를 두고 당청 갈등이 표면화하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3일 기자들과 만나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사퇴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은 구태적 정치문화와 폐습이 드러난 것”이라며 “대통령의 인사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이 김 부총리 사퇴 압박을 ‘정치 폐습’으로 공박한 것은 향후 있을 법무장관, 교육부총리의 인선 방향을 가늠케 한다. 일단 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실장은 “대통령과 국정운영 방향을 같이 모색하고, 수립하고, 집행해 왔던 사람만큼 국무위원으로 적임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문 전 수석의 법무장관 인선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노 대통령의 뜻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단 후임 법무장관 인선과 관련해서는 추가적 언급을 회피해 넓은 범위의 후보군을 두고 고심 중임을 시사했다.
문 전 수석을 법무장관에 기용할 경우 검찰ㆍ사법 개혁 추진 및 임기 말 국정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그러나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게 문제다.
문 전 수석 기용이 단지 ‘설’ 수준인데도 벌써부터 여당 수뇌부가 선제공격에 나선 것만 봐도 정치적 파장의 강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문 전수석 기용을 강행할 경우 당ㆍ청간 갈등의 골이 노 대통령의 탈당까지 논의될 정도로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청와대로서는 다른 카드를 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전 수석이 법무장관 후보인 것은 맞지만 아직은 여러 후보 중 한 사람일 뿐”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기류를 잘 보여준다.
일부에서는 문 전 수석을 법무장관에 기용하는 대신 후임 교육부총리는 당에서 천거한 인물을 기용해 반발을 무마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에 이어 당 출신 인사를 다시 교육부총리를 다시 임명할 경우 또 다른 정치적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노 대통령이 그 동안 고집해온 인사 스타일을 버리고 U턴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문 전 수석을 법무장관 대신 다른 자리에 앉히고, 김성호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등 당에서 추천하는 인물을 법무장관에 기용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코드 인사’를 고집해온 것처럼, 국정운영의 파행을 막기 위해 한발 물러서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당청 갈등이 격화할 경우 노 대통령이 조기에 탈당을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으나 청와대측은 “아직 그런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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