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노동계 인사들의 평양 혁명열사릉 참관(참배)로 또 한 차례 보혁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북측이 지난해 12월 이후 혁명열사릉 같은 이른바 성지(聖地) 참관 제한 해제를 요구하는 상황과 맞물려 가뜩이나 냉각된 남북관계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 전말 민주노총 한국노총 전교조 보건의료노조 등 노동계 관계자 150여명은 지난 4월30일부터 3박4일간 평양과 묘향산 등을 방문했다. 국가정보원과 통일부는 행사 하루 전 방북교육을 통해 혁명열사릉 애국열사릉 금수산기념궁전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전쟁기념관 등은 참관을 금지한다고 알렸다.
하지만 평양에 도착한 방북단 중 일부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일정 협의과정에서 혁명열사릉 참관을 주장했다. 결국 5월1일 현장에 도착한 방북단 중 50여명만 참관에 나섰고 이들 가운데 4명은 헌화와 참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행사를 마치고 남쪽으로 돌아온 2개월 뒤 방북단 관계자들에게 제재조치를 부여했다. 우선 방북승인 규정을 어기고 혁명열사릉을 참관한 데 대해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방북단 대표자에게 방북제한 결정을 내렸다. 한국노총 관계자들은 참관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이를 막지 못한 책임을 물었다는 후문이다.
또 통일부는 사전에 행사비용으로 지원키로 했던 금액을 대폭 삭감했다. 방북단은 애초 1억6,000여만원의 남북협력기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통일부는 이 사건 이후 지원액을 6,900여만원으로 축소했다.
사후조치 논란 우선 정부가 참배를 막지 못한 점 때문에 논란이 불가피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내부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바람에 통제하지 못했고, 현지에서 계속 만류했으나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행사지원금도 비판의 소지가 있다. 이 당국자는 “정상적인 남북 노동계 교류행사 부분은 법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방북승인조건을 위반한 데 대해 책임을 물어 지원액을 삭감했다”고 말했다. 삭감 기준은 참관단 150여명 중 혁명열사릉을 참관한 사람이 50여명, 3분의1 수준인 것을 감안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뒤 2개월이 지나서야 이 같은 결정을 내리고 지난달 19일 금액까지 집행,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참배자들에 대한 국가보안법 처벌 여부도 애매하다. 국보법상 7조 찬양ㆍ고무죄에 해당하느냐 여부가 관건인데, 단순 방문 여부를 떠나 어떤 의도를 갖고 참배했는지가 형사 처벌의 잣대가 된다. 특히 ‘국가안보에 대한 명백하고 현실적인 위협이 인정될 때만 국보법 7조 적용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비춰볼 때 이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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